"까막눈 신세에서 벗어날래요" 90세 할머니 안양시민대학 입학
김연심(90·사진)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전라도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부모를 졸라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머니의 병환으로 6개월 만에 그만뒀다. 결혼 후 1남2녀의 어머니가 되고, 남편과 시장에서 포목장사를 시작했다. 자식만큼은 잘 가르치고 싶어 억척스럽게 일했다. 셈이 빠르다는 칭찬도 곧잘 들었다. 다만 마음 한쪽에 채우지 못한 배움의 갈증이 남았다.
김 할머니는 43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포목장사도 어려워지자 경기도 안양에서 글을 잘 몰라도 할 수 있는 여관업을 시작했다. 고혈압으로 병원신세도 여러 번 졌지만 자식을 보며 견뎠다. 나이가 들면서 글자 하나 못 읽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김 할머니는 2006년 용기를 냈다. 이웃과 지인에게 물어물어 안양시민대학을 찾아갔다. 교육에서 소외된 성인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해주는 곳이다.
갈증을 채우려고 일주일에 두 번씩 있는 수업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다. 자식과 같은 선생님이 알려주는 한글을 읽고 쓰는 게 너무 감사하고 신기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학생들 앞에서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낭송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90세가 된 올해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지난 2일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에 입학했다. 1년간 교육부가 제공한 교재로 공부해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는 과정이다.
김 할머니는 11일 "무수한 역경을 견뎌 피워낸 한 송이 국화처럼 졸업장을 받는 그날까지 공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올해 김 할머니를 비롯한 문해교육 대상자 4만여명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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