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천재학자 데니스 홍 "日 원전 수습할 해결사는 로봇"

허재경 2015. 3. 10.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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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日 정부 초청으로 현장 방문

"아직 핵연료봉이 땅 파고들어 사람 손으로 해결할 수 없어"

시각장애인용 차도 첫 개발

"기초과학 분야 투자 늘려야 응용과학도 더 발전할 수 있어"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는 9일 "국내 주요 10대 대기업들은 물론 중소 기업까지 조만간 미국에서 출발할 예정인 재난용 구조 로봇 연구기관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천재 10인 중 한 명',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전세계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는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ㆍ44)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UCLA)대학 교수가 조용히 한국을 찾았다. 이달 중 UCLA 산하에 출범 예정인 재난용 구조로봇 연구기관의 투자 유치를 국내 대기업들과 논의하기 위해서다.

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단독으로 만난 홍 교수는 "국내 10대 그룹의 오너 등 주요 경영진들과 만남을 가졌고 대부분 투자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며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어서 기업명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로봇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국내외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홍 교수의 연구기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도 탐을 낸 홍 교수는 재난 구조용 로봇의 아버지로 통한다. 특히 홍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해결을 위해 준비 중인 로봇 투입 작업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핵 연료봉이 땅을 녹이며 파고 들어가고 있다"며 "이것은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로봇을 투입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 가운데 최고 위험 단계인 '레벨7' 수준의 피해로 기록됐다. 지난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동일한 등급이다.

홍 교수는 최근 일본 정부의 특별 초청을 받아 위험을 무릅쓰고 사고 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피해 현장의 핵 연료봉이 아직도 켜져 있고, 여기서 오염된 지하수가 계속 바다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지만 이것을 막을 길이 없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난 구조용 로봇을 연구 중인데, 이를 활용한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말했다. 만약 홍 교수의 로봇이 투입된다면 핵 연료봉을 제거하고, 오염수의 바다 유출을 막는 작업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홍 교수는 미 해군하고도 로봇 연구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달 그의 UCLA 로봇연구소인 로멜라에서 추진하는 인간형 로봇(실용형 휴머노이드) 프로젝트에 향후 4년간 16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실용형 휴머노이드란 화재 등 극한 상황에 소방관을 대신해 투입돼 진압하거나, 붕괴 위기에 놓인 구조물 내부에 들어가 비파괴검사 등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개발 중인 실용형 휴머노이드 '알피오스'의 선체 비파괴검사를 그린 구상도. 데니스 홍 UCLA 교수 제공

이처럼 특수한 로봇 연구를 하는 홍 교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세계 유력 과학잡지 퍼퓰러사이언스는 2009년에 그를 '세계의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선정했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개발에 성공하면서 영국 BBC , 미국 CBS 등 전세계 유수 언론사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며 대서특필했고, 그를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대서 특필했다.

하지만 홍 교수는 로봇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는 "영화처럼 로봇이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로봇은 단지 사람이 하기 힘든 일들을 대신해 주는 도구일 뿐"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철저하게 자연재해 등을 포함한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로봇 개발에 전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봇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넓게 본다. 홍 교수는 "로봇은 자석과 같다"며 "비행기에 로봇을 붙이면 드론이 되고, 자동차에 붙이면 무인자동차가 된다"고 언급했다.

아직 국내에서 로봇시장이 완전히 개화되지 전세계적으로 로봇사업은 크게 확장되는 추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00억달러에 머물렀던 세계 로봇시장은 올해 700억달러에 이어 2018년 1,000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홍 교수는 기초과학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당장 돈이 되는 분야에만 투자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며 "로봇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 응용 과학도 발전한다"고 조언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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