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보다 큰 박수 쏟아진 청각장애 선배의 入學 축사

남정미 기자 2015. 2. 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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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입학식엔 동문 선배들의 축사 코너가 있다. 아나운서 백승주씨나 방송인 홍석천씨 같은 유명 동문들이 매년 등장한다. 2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올해 입학식에서 연단에 오른 사람은 전자통신컴퓨터공학과 06학번 졸업생 성진호(29)씨였다.

한 이동통신사 대리라는 그가 "안녕하세요. 입학을 축하드립니다"라고 말문을 열자, 객석이 웅성거렸다. 말투는 어눌했고, 어떤 단어는 알아듣기 어려웠다. "저는 청각장애가 있습니다. 저는 '실패에 좌절하지 않으며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웅성거림은 박수로 바뀌었다.

성씨는 세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청력을 잃었다. 2급 청각장애인인 그는 보청기를 껴도 대화는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한다. 하지만 초중고 12년 내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보고 공부했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에서도 30분 일찍 강의실에 와 맨 앞자리에 앉았지만 배워야 할 내용이 너무 많더라"고 했다. 성씨는 "학교측에 필기를 대신 해줄 도우미 학생을 요청하는 등 능동적으로 장애를 해결하려 노력했고, 결국 성적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영어시험 점수가 있어야 취업 원서를 내는데, 귀가 안 들리니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알아서 점수를 채우라"고만 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중증 청각장애인에게 영어 능력 점수를 요구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진정을 냈고, 그게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박수가 터졌다.

성씨는 2012년 영어 점수 조건이 없는 지금의 회사 공채에 지원했다. 질문자의 입 모양을 보기 위해 면접 때 가까이 앉은 것을 제외하고는 특혜를 받은 게 없었다. 팀 회의 땐 사회자 옆에 앉아 입 모양을 보고, 놓친 부분은 옆 사람에게 글로 물어본다. 그는 "외부인과 미팅 땐 장애에 대해 양해를 구한 뒤 문자, 이메일을 통해 얘기하자고 하는 등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3324명의 신입생에게 전하는 그의 축사는 "정말 절실히 원한다면 이루어진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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