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작가 "어릴적 인형상자가 보물상자 됐네요"

입력 2015. 2. 24. 03:07 수정 2015. 2. 24.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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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작가 '나의 작은 인형 상자'로 아동출판계 노벨상 라가치상 2년 연속 수상

[동아일보]

한국인 최초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정유미 작가. 컬쳐플랫폼 제공

"라가치상을 수상한 두 작품 모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다음 그림책으로 만들었어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면서 이야기를 셀 수 없이 수정하고 편집했는데, 그림책으로 각색하면서 또 한 번 반복했어요."

정유미 작가(34)는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수상하게 됐다. 정 작가의 그림책 '나의 작은 인형 상자'가 픽션 부문 우수상에 선정된 것. 지난해 정 작가는 '먼지아이'로 뉴 호라이즌 부문(유럽·북미 제외 국가)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라가치상은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주관하는 상으로 세계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픽션, 논픽션, 뉴 호라이즌, 오페라 프리마(신인상) 등 4개 부문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한다. 시상식은 도서전 개막일인 다음 달 30일 볼로냐에서 열린다.

정 작가는 2년 연속 수상이란 쾌거를 이뤘지만 새 그림책 마무리 작업으로 서울 서대문구 작업실에만 머무르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는 2년 연속 라가치상 수상자로 선정돼 애니메이션계에 이어 그림책 분야의 '떠오른 별'이 됐지만 조심스러웠다. 자신이 연속으로 선택된 이유를 묻자 주저하다 "2년 동안 끝없이 수정하는 과정에서 작품 밀도가 쌓인 게 수상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나의 작은…'은 소녀 유진이 직접 만든 인형 상자 안을 여행하면서 상자 안에만 머물려는 인형들을 만나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진은 상자 안을 빠져나오면서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좁은 공간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국내에선 다음 달 초 출간된다.

정 작가는 "직접 만든 인형 상자를 동네 친구가 보여 달라고 했는데 그 순간 많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오래 남았다. 유진이 또래가 내면의 두려움이나 갈등을 스스로 토닥이며 위로하는 힘을 그림책을 통해 길렀으면 한다"고 했다.

정 작가는 국민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 4대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로 꼽히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그림책과 애니메이션 모두 연필 드로잉 방식으로 작업한다. 한창 작업할 때 그의 오른손 새끼손가락 쪽은 작품의 연필 자국에 스쳐 시커멓다. 그는 "연필은 수정이 어렵지 않아 이야기를 뚝딱 만들 수 있다. 세밀한 표현력도 연필의 장점"이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그림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그는 그림책을 부모들에게 '강추'했다. "그림책을 보는 아기들은 구석구석 세부적으로 관찰해요. 그림책을 읽으면 이야기를 좀 더 감각적으로 체험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올해 한국은 지경애의 '담'(픽션 우수상), 김장성 오현경의 '민들레는 민들레'(논픽션 〃), 박연철의 '떼루떼루'(뉴 호라이즌 〃), 정진호의 '위를 봐요'(오페라 프리마 〃)로 처음으로 라가치상 전 부문에서 수상작을 배출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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