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서러움 덜어준 '420인분 포차 떡국'
[동아일보]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6일 오전 일찍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수십 곳에 '2015 설날맞이 떡국 나눔행사'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노숙인 쪽방주민 독거노인 초대' '일시: 2월 16일(월) 10:30∼13:30' '장소: 피맛골 종로포차'라는 몇 줄만 적혀 있었다. 행사를 준비한 사람이나 단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설을 앞두고 쪽방촌을 찾은 구청 관계자조차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내문을 붙인 사람은 종로구 인사동에서 종로포차를 운영하는 전해윤 씨(60·여). 그는 3년 전 이곳에 포장마차를 낸 뒤 매년 설마다 자비를 들여 어려운 이웃에게 떡국을 대접해왔다. 어릴 때 꿈꿨던 양로원 운영 대신 그가 선택한 봉사의 길이다. 전 씨는 음식 준비는 물론이고 안내문 붙이기, 현수막 제작 등 모든 일을 혼자서 하고 있다.
이날 전 씨가 무료로 대접한 떡국은 약 420그릇. 평소보다 넉넉히 준비했는데도 전 씨는 "너무 부족하다"며 미안해했다. 떡국 대접에 든 비용도 한사코 밝히기를 꺼렸다. 그 대신 "올해부터는 추석에도 비슷한 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돈의동 쪽방촌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박동기 씨(60)는 합동차례 때 주민 대표로 참여했다. 그는 손수 차례상에 음식을 올렸다. 벌써 8년째다. 박 씨는 평소에도 쪽방촌 주민들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위문품이 오면 그는 배달 도우미로 변신한다. 쪽방촌의 특성상 해당 집주인이 누군지 찾기 어렵기 때문에 동네 사정에 밝은 박 씨가 일일이 수레를 끌고 김치며 쌀 등을 직접 배달한다. 겨울을 앞두고 집집마다 문풍지를 새로 붙여주는 것도 박 씨의 일이다.
차례상 차리기가 끝난 뒤 주민 50여 명이 돌아가며 절하는 모습을 보며 박 씨는 "한 평 남짓한 방에서 사는 쪽방촌 이웃들이 이렇게 모여 차례를 지내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며 "건강도 잘 챙겨서 앞으로도 합동차례상을 직접 차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newstart@donga.com·강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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