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線 넘나들던 환자 완치때 가장 기뻤죠"
"자신은 완치됐지만 에볼라에 가족이 모두 희생된 생존자가 슬픔을 딛고 삶의 의지를 보여줬을 때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 지난 15일 에볼라 한국 긴급구호대(KDRT) 1진 대원 7명은 21일간의 격리 관찰기간 종료 직후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 정부합동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에라리온 파견 경험과 소회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1월 24일까지 4주간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 인근 고드리치(Goderich) 지역 에볼라 치료소(ETC)에서 이탈리아·영국·세르비아 등 다국적 의료진과 함께 활동했다.
구호대에 참가했던 이태헌 해군 대위(의무장교·35)는 "레드존(중환자실) 활동 첫날에는 방호복 입는 순서가 헷갈릴 정도로 긴장이 됐다"면서 "방호복 때문인지 긴장해서인지 모를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호주 연수 중 구호대원 모집공고를 보고 참여를 결정한 간호사 박교연 씨(28)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방호복을 입고 낮에 최대 두 시간 정도 근무할 수 있는데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탈수증이 걱정될 정도였다"며 의료활동 중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이들은 구호기간 중 환자들이 세상을 떴을 때에는 슬퍼하는 가족들을 토닥이고, 에볼라를 이겨 '완치증서'를 받고 퇴원하는 환자가 생길 때마다 제 일처럼 기뻐하며 울고 웃었다. 오대근 육군 중령(의무장교·39)은 "사망 환자보다 퇴원 환자가 많아지는 날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1진 구호대장을 맞은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51)은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 동료 중 한 명이 (주사바늘에 찔리는) 사고가 나서 함께 일하지 못하고 독일로 후송됐을 때가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죽음이 맞부딪치는 시에라리온행을 결심한 대원들은 떠나기까지 가족과 연인의 만류를 이겨내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음을 털어놨다. 이 대위는 "아버지가 저를 말리러 서울로 오셔서 '정말 좋은 뜻인 건 알겠는데 차마 내 자식은 못 보내겠다'며 눈물을 보이셨지만 결국 제 뜻을 꺾지는 못 하셨다"고 말했다.
간호사 홍나연 씨(31)는 "남자친구의 첫 반응이 '왜? 미쳤어? 죽고 싶어?' 세 마디였지만 떨어져 있어서 좀 더 애틋해지는 계기가 됐다"며 웃었다.
이들은 앞으로 에볼라 등 긴급구호 지역에 한국의 발전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안도 내놨다. 구호대원들은 고위험 지역에 들어가 활동을 펼칠 때 무전기로 환자 및 치료·처방 정보를 부르고 받아적느라 애를 먹었다며 입을 모았다. 오 중령은 "앞으로 (긴급구호 현장에서) 한국의 선진 네트워크 시설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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