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불법 차량 잡는 당찬 고교생

2015. 2. 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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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덕계고 교통안전 활동.."매경 線·先기획 공감"

◆ 2015 신년기획 線지키는 先진사회 ◆

"어디든 관행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오랜 관행'이란 꼬리표를 달고 여러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불합리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매일 접하는 우리 동네, 우리 학교 주변부터 바꿔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지요." 매일경제신문이 연중으로 추진 중인 '선지키는 선진사회' 기획을 접한 독자가 최근 한 통의 메일을 보내왔다. 자신이 사는 경기 양주시 덕계동 일대의 '인도 위 불법주차' 실태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실제 자신의 개선 노력이 총망라된 11페이지 자료를 메일에 함께 담았다.

마치 대학생 졸업 논문을 보는 듯한 체계적 분석과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놀랍게도 보고서의 발신인은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었다. 경기 양주시 덕계고의 사회참여 동아리 '온오프'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4일 매일경제신문이 덕계고를 찾아 '선지키는 선진사회' 캠페인에 공감의 뜻을 전해온 온오프 학생들을 인터뷰했다.

온오프는 '잘해야 할 것은 켜고(On) 잘못된 것은 끄자(Off)'는 뜻이다. 이들은 지역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시민·학생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온오프가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매일경제 기획에서도 주요 기사로 다룬 '인도 위 불법주차' 문제였다. 온오프 대표를 맡은 2학년 한미강 양(19)은 "어느 날 하교하는 길에 인도를 침범한 트럭이 보행자인 나에게 오히려 욕을 하고 경적을 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본말이 전도됐다고 느꼈다"며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서 자동차가 주인 행세를 하는 나쁜 관행을 없애고 관행보다 원칙이 앞서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차도와 인도의 경계선을 무색하게 하는 뻔뻔한 차량 때문에 덕계동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상상 이상이었다. 온오프가 인근 주민·학생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진로방해·상해·공공기물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62%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79%는 불법주차의 위험성이 높다고 대답해 지역사회 전반에 문제의식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1학년 이선우 군(18)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잠시 세워두려 해도 자전거 보관소 앞을 차가 죄다 가로막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선을 지키지 않는 차들이 시민의 보행권뿐 아니라 공공시설 이용권까지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오프는 지난해 양주시 안전도시국 교통과 등을 찾아 폐쇄회로(CC)TV 증설, 인도 위 안전펜스 설치, 포켓주차장(인도·보도 일부를 쪼개 만든 소형 주차장) 설치 등 해법 마련을 제안했다. 시민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동영상을 만들어 직접 배포하기도 했다. 2학년 양미정 양(19)은 "서로의 공간을 인정하는 선을 긋고 잘 지키는 게 선진국 문화"라며 "인도 위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면 선진사회로 나가는 길도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학년 김상현 군(19)은 "양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면, 포천·동두천,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에 선을 지키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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