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놀이단 인터뷰] 한복은 입는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줘요

입력 2015. 2. 15. 00:02 수정 2015. 2. 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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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직업도 다르다. 취향도 각자 다르다. 세 명의 공통점은 '한복을 좋아한다'는 것뿐. 그래서 '한복놀이단'에 들어와 만나게 됐다는 이야기다. 한복놀이단은 2011년, '한복이 일상으로 다시 스며들 수는 없을까?'라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됐다. 전통 의복이 결혼식이나 돌잔치 때만 입는 특수한 옷이 된 게 아쉬워서다.

"한복을 입고 가지 못할 곳은 없다"고 말하는 한복놀이단 권미루(35·진로 컨설턴트) 단장과 기획팀 정원희(23·원광디지털대 학국복식과학과), 홍보팀장 김민(22·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씨를 만나봤다.

― '한복놀이단'에 대해 소개해달라.

(권미루 단장, 이하 '권') "미국에서 유학하고 온 박선영(29·한복진흥센터)씨 중심으로 2011년 시작됐다. 전통 의복이 없는 나라도 많은데, 있으면서도 입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플래시몹·뮤직비디오 등으로 한복을 알리는 캠페인을 주로 했다. 당시 관련 동아리가 많이 없어서 한복을 알리고 즐기는 문화는 한복놀이단이 대부분 선도했다고 보면 된다.

2012년에 만든 한복 뮤직비디오 '흥이 나는구나'도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3년 1월엔 문화관광부 산하 단체로도 지정됐다. 운영진은 매년 상반기에 새 기수를 모집한다. 현재 운영진은 4기수이고 16명이다. 단원의 경우 가입이 필수거나 활동에 매번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이벤트를 신청해 놀고 가면 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한복을 입고 폴카, 클럽 댄스 등의 춤을 배우는 파티도 열었다. 300여 명이 참여했다."

― 한복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권) "함께 입을 사람이 없을 뿐이다. 우리의 취지는 '같이 입고 같이 놀자'다."

― 그럼에도 한복은 튀는 옷이다. 시선 때문에 상처받은 적 없나.

(권) "사실 2013년만 해도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았다. 명동으로 캠페인을 갔을 때 일이다. "옷이 예쁘다" "사진 찍어도 되느냐"고 관심 보이는 외국인과 달리 한국인은 뒤통수에 대고 "관심종자들, 창피해"라고 하더라. '관심종자'란 타인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몸부림치려는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이다. 사실 나는 한복만 35벌 가지고 있고 평소에도 잘 입는데, 어떤 친구들은 한복 입을 거면 떨어져서 걷자고 한다."

―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면서 한복을 입는 이유는.

(권) "아름다우니까. 그리고 맞춤옷이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점. 입는 것만으로 내가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요즘에는 한복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페이스북에도 '한복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인기다. 캠페인에서 벗어나 한복을 일상이나 여행에서 입으려는 노력들이다."

(정원희, 이하 '정') "자신감을 준다. 뭐든 튀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잘 맞는 옷이다. 내 꿈은 한복 디자이너다."

(김민 이하 '김') "중·고등학교 때 주로 무채색 옷을 입었다. 그때는 내 삶이 시멘트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한복을 입고 지하철역에 갔는데, 온통 무채색인 사람들 속에 나 혼자 알록달록하더라. 한복이 삶에 색을 입혀주는 기분이었다."

― 한복 입고 어디까지 가봤나.

(권)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 등반 때 한복을 입었다. 승마와 패러글라이딩도 해봤다. 승마 때는 레깅스에 소창의를 입었다. 두루마기와 비슷한데 겨드랑이부터 옆이 터져 있는 남자 겉옷이다. 여기에 조바위(부녀자가 쓰는 방한모)를 썼다."

(정) "얼마 전에 한복을 입고 방송국 방청을 갔다."

(김) "학교에 갔다. 친구들이 멋지다고 하더라. 수업 시간엔 교수님께서 앞으로 나와 보라고 하셨다. 앞에 나가 한 바퀴 돌아보기도 했다(웃음). 노래방과 주점, 수산시장도 다녀왔다."

― 한복 입기를 처음 시도한다면 첫 번째로 갈만한 곳은.

(정) "1단계는 궁 나들이가 아닐까. 누각이 있는 공원도 괜찮다."

(권) "한복이 평소 입기 불편하다고들 하는데, 평소에 입지 않아서 불편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꾸 입어보는 노력과 면역의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은 집에서 입고, 그 다음엔 집 앞 경비실이나 가게를 가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식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 2015년 상반기 행사를 소개해달라.

(권) "삼일절에는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한복 행진 퍼레이드를 한다. 시간은 2시. '모두 함께 태극기를 완성하는 액션'이라는 힌트 외에는 아직 비밀이다. 설날에는 롯데백화점과 함께 한복패션쇼를 연다.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패션쇼다. 물론 청소년도 함께할 수 있다. 행사 공지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hanboknoledan)을 참고하면 된다."

글=황정옥·이세라 기자 ok76@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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