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한국과 닮은 내전국 중아공 아동돕는 한국인

입력 2015. 2. 9. 05:38 수정 2015. 2. 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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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김예라씨.."한국처럼 다시 일어서게 도와야죠"

유니세프 김예라씨…"한국처럼 다시 일어서게 도와야죠"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계속되는 내전으로 총성과 수많은 전쟁고아들의 울음소리가 어디서나 들리는 이곳은 60여년 전 전후(戰後) 한국의 모습과 너무 닮았죠. 한국인인 저는 중앙아프리카에서 희망의 증거로 통합니다."

유니세프 본부 소속 교육정보관리관으로 활동하는 김예라(27·여)씨는 내전지역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에서 보낸 지난 1년간의 생활을 씩씩한 목소리로 이와 같이 전했다.

작년 2월 중아공 수도 방기의 유니세프 사무소 근무를 시작한 김씨는 현지 정부와 협력해 전쟁으로 무너진 교육 시스템을 재건하고 아동과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오도록 돕는다.

파견 후 첫 휴가를 보내고자 30시간 넘는 비행 끝에 귀국한 김씨를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동구호 사업을 하는 유니세프는 190개국에서 정직원 1만1천500여명을 두고 있는데 한국인 직원은 김씨를 비롯해 26명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 12월 발발한 중아공 내전은 김씨 부임 직전인 2013년 12월 극에 달했다. 유엔은 이곳에 긴급구호 단계 최고 수준인 '응급경보 3단계'를 발령했다. 응급경보 3단계 지정국은 중아공 외에 시리아, 남수단, 이라크와 에볼라 발병국밖에 없다.

그는 "곳곳에서 민병대와 반군, 반군과 유엔 평화유지군 간 전투가 끊이질 않아 공포에 떨며 며칠 동안 집밖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며 "여기서 뭐하나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이곳이 내 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한다"고 웃었다.

김씨는 "부임할 때 목격한 끊임없이 이어진 대규모 난민촌의 모습과 전쟁에 동원된 소년병이 1만여명에 달한다는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며 "붕괴된 공동체를 재건할 길은 바로 교육에 있다는 신념으로 학교를 다시 세우고 아이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중아공에서는 동양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유니세프 방기 사무소 직원 약 160명 중 김씨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만큼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김씨는 "전쟁으로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가난과 굶주림, 죽음에 고통받는 중아공을 보면 6·25 때의 한국이 겹친다"며 "중아공 사람들에게 최빈국에서 지금은 몰라보게 발전한 한국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늘 격려한다"고 말했다.

유니세프가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에 지원한 원조는 지금도 사상 최고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 세계 처음으로 도움받는 나라에서 다른 개발도상국을 돕는 나라로 변모했다. 작년 우리나라는 회원국 중에서 네 번째로 원조를 많이 했다.

김씨는 유엔 등 국제기구 입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포탄과 총성이 오가는 극단의 상황에서도 늘 여유를 갖고 웃음을 잃지 않는 동료들을 보고 많이 배웠다"며 "인류애와 함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자세를 갖고 도전하면 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출생인 김씨는 고교 때 미국으로 홀로 유학을 떠나 2010년 프랑스 파리 고등정치학교에 진학해 정치학 학사를 받았고, 2013년 5월 파리 고등정치학교와 컬럼비아대학에서 국제안보학으로 이중 석사학위를 땄다.

국제기구와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전문 분야에서의 특별한 경력은 없었지만 넘치는 열정과 평소 갈고 닦아둔 프랑스어·중국어·영어 실력을 토대로 졸업 후 9개월여 만에 유니세프에 채용됐다.

"전쟁 때문에 교육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없도록 계속 노력할 거예요. 아프리카와 남미, 동남아 등 도움이 필요한 어느 곳이든 달려가 그곳과 한국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도 톡톡히 해 낼 겁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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