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파 검거 강력반장, 범죄학 박사 됐다

입력 2015. 2. 8. 06:03 수정 2015. 2.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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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천씨 지존파 주제로 박사 논문..미제사건 카페도 개설

고병천씨 지존파 주제로 박사 논문…미제사건 카페도 개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잡탕밥을 시켜줬는데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는 겁니다. 그만큼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기에 사람 죽이기도 쉬웠던 거죠. 이후로 저는 그들이 생각나서 잡탕밥을 먹지 않아요."

지난 1994년 추석 연휴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지존파 사건'을 수사했던 고병천(66) 전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이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범죄학 박사가 됐다.

8일 광운대에 따르면 이 학교 대학원 범죄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고씨는 이 사건을 주제로 한 '범죄단체 구성원의 행동패턴에 관한 연구-지존파 사건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써 최근 심사를 통과했다.

고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논문 주제로 삼은 데 대해 "30여 년의 형사 생활에서 무조건 사람을 죽이고 돈을 빼앗기로 작정하고 범죄를 저지른 조직은 지존파가 유일할 정도로 이들의 범죄는 특이한 점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지존파 사건은 두목 김규환을 필두로 조직된 범죄조직인 '지존파'가 1993년 4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5명을 연쇄 살해한 사건이다. 이들은 납치한 피해자를 감금하고 사체를 소각하기 위한 아지트까지 짓고 '담력을 키운다'며 인육까지 먹은 것으로 드러나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특히 이들은 검거되고 나서도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범행 동기를 '가진 자들의 횡포에 대한 대항', '대학입시 부정' 등 사회 부조리로 돌려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1976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고씨는 지존파 사건 외에도 '온보현 택시 납치 살인 사건', '앙드레김 권총 협박 사건' 등 숱한 강력 사건을 해결하며 베테랑 형사로 이름을 날리고 2009년 33년간 정든 경찰을 떠났다.

이후 2013년부터는 광운대 범죄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왔다.

그는 앞서 경찰 재직 중이던 지난 2002년 한성대 마약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2007년에는 수필집도 출간하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보이기도 했다.

고씨는 "퇴임을 하니 이 사회를 위해 할 일이 없어지더라"며 "현장 경험을 살려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고 아직 정립 중인 범죄학에도 이바지하고 싶었다"고 박사 과정을 밟게 된 계기를 전했다.

논문은 지존파 두목 김규환을 비롯해 조직원 6명을 리더형·창의형·계획형·추종형·모방형·우발형 등 6가지 행동 패턴으로 분석했다.

논문은 김규환이 조직을 꾸리는 한편 전남 영광에 살인을 위한 아지트를 직접 구상하기도 했지만 행인을 상대로 계획에 없던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는 점에서 리더형·창의형·계획형·우발형으로 분류했다.

고씨는 "이 같은 행동패턴을 파악하면 앞으로 범죄 수사를 위한 '프로파일링'(범죄자의 심리와 행동 특성을 파악하는 수사기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또한 김규환의 지존파 결성을 여러 사회학 이론을 통해 조명했다.

고씨는 "힘든 노동생활과 천대받는 삶에서 깊은 회의와 좌절을 실감하며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감정이 '있는 자'에 대한 분노로 발전했고, 실패의 반복에서 탈피하려는 잘못된 일탈의 표현으로 살인을 택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고씨는 최근 미해결 범죄 피해자들을 무료로 상담해 주는 '미제 사건 포럼'(http://cafe.daum.net/unsettledcase)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30여 년간의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어려움에 처한 시민을 위해 쓰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경찰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공부하지 않는 형사는 '열쇠 없는 수갑'처럼 빈 껍데기일 뿐이거든요."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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