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역사 제대로 알리는 것, 갈등 해결의 첫걸음

저지시티 2015. 1.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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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진실을 미국 어린이들에게 쉽게 설명해주고 싶었습니다."

한·일 관계 갈등의 원인인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위안부 강제 동원 등을 다룬 동화 '아자니에게 찾아온 평화(Peace Comes to Ajani)' 시리즈를 작년 말 펴낸 키스 켈리(56)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 페리스고교 교사(영어 및 특수교육 담당)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지만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친한파다.

"한국전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와 열여섯 살 때부터 저를 가르친 태권도 사범님을 통해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해 많이 배웠죠. 12년 전 사범님이 돌아가신 뒤엔 동생분을 삼촌이라 부르며 따르고 있습니다."

켈리는 "사범님을 통해 일본의 위안부 만행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자꾸 과거사를 부정하려 드니 화가 났다"고 했다. 이어 "나는 태권도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접했지만, 대부분 미국 어린이들은 한국과 일본이 갈등 관계에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작년 말 그가 펴낸 '아자니에게 찾아온 평화' 2편은 태권도장에 다니는 흑인 소년 주인공 '아자니'가 친구인 한국계 소년 '써니'와 함께 동네에서 벌어진 한인과 일본인 간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이 사는 동네에 한 일본인이 음식점을 개업하는데 써니의 아버지가 강력 반대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일본인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한국의 감옥에서 간수로 근무했고, 써니의 증조부가 살던 동네의 처녀가 이 간수에게 끌려 일본으로 간 후 전쟁이 끝나도 귀국하지 않았다. 써니의 아버지는 일식당 주인의 할아버지가 이 처녀를 위안부로 끌고 갔다고 믿고 식당 개업에 반대한 것이다. 하지만 아자니와 써니가 중재에 나서, 일본인 간수가 그 처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후 일본으로 건너갔고, 식당을 개업한 일본인은 그 손자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주인공인 흑인 소년은 처음에 "비슷하게 생긴 이웃 나라 사람끼리 왜 싸울까" 하고 궁금해한다. 하지만 중재 과정에서 일본이 한국을 침략해 식민지로 만들었고, 창씨개명을 강요했으며, 여성들을 군 위안부로 끌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어린 독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한·일 관계의 과거사를 설명한다.

켈리씨는 "열두 살짜리 어린이들에게 개략적인 한·일 관계 역사를 설명한 책으로, 성노예(sex slave)나 위안부(comfort women)처럼 어린이들 수준에서 이해하기 힘든 용어는 쓰지 않았다"면서 "6편까지 쓸 예정인데, 주인공의 성장에 맞춰 자연스럽게 위안부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권도 공인 7단으로 미국인 최고수 가운데 한 명인 켈리는 태권도 예찬론자다. 그는 "태권도는 정신을 수양하는 무술로, 인내와 불굴의 용기를 배웠다"면서 "방황하던 10대 때 태권도를 배우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1990년부터 저지시티에서 작은 태권도장을 열고 토요일마다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1000명쯤 제자를 배출했다고 한다.

어린이책에 등장하는 태권도장 사범 '김기정'은 그의 스승 이름이다. 어린이책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주인공 아자니의 태권도 실력도 상승한다. 흰띠에서 출발한 아자니는 1편이 끝날 때 노란띠가 됐고, 지금은 녹색띠다. 시리즈 6편이 완결되면 검은띠 유단자가 된다. 그는 "이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책 한 권을 끝낼 때마다 인생의 한 단계를 올라서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역사를 모르고서는 민족 간, 인종 간 갈등을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제대로 된 역사를 알리는 것이 갈등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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