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공익근무 후 신형 휠체어 만들어온 工大生

이슬비 기자 입력 2015. 1. 20. 03:04 수정 2015. 1. 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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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 대학생이 바퀴가 하나 연결된 전동기를 들고 서울 양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휠체어를 타고 있던 장애인 20여명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이 대학생은 수동 휠체어를 하나 달래서 직접 앉더니 가져온 바퀴 달린 전동기를 휠체어에 고정시키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수동 휠체어가 전동기에 끌려 앞으로 나아갔다. 수동 휠체어에 전동기를 부착해 전동 휠체어처럼 운행할 수 있게 만든 발명품이다. 자전거나 오토바이와 비슷한 핸들이 있어 방향도 자유자재 바꿀 수 있다. 지켜보던 장애인들이 "와!" 탄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미니 전동 휠체어'라고 이름 붙인 이 발명품을 직접 운전해 보인 사람은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학생 박형곤(26)씨다. 박씨는 2년 전 바로 이 복지관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했었다. "2년 동안 장애인들을 위해 주차를 대신 해주고 식사도 도왔어요.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이 가장 힘들고 불편해하는 게 '이동 문제'란 걸 알았죠." 박씨는 "수동 휠체어는 장거리를 가기 불편하고, 전동 휠체어는 값이 400만원대로 비싼 데다 크고 무거워 승용차에 실을 수도 없지 않느냐"며 "전공을 살려 두 휠체어의 문제점을 보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공익 근무를 마친 지 1년 반 만에 전동 휠체어를 발명해 들고 온 것이다.

작업은 지난해 봄 캡스톤 디자인(종합설계실습) 수업을 들으면서 본격화됐다. 졸업 논문을 대신할 만한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지원금까지 주어가며 공학 작품을 설계·제작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박씨의 '장애인을 위한 더 편한 전동차' 제안에 다른 공대생 5명이 동참했다. 설계부터 작업까지 단계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의 현장 의견을 들어가며 반영하고 수정했다. 팀원 김희경(25)씨는 "스쿠터를 사서 하나하나 분해해가며 구조와 활용 방법을 연구하고, 복지관도 여러 번 찾아가 장애인들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교내 공작실에서 '뚝딱뚝딱'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렇게 넉 달을 매달린 끝에 지난해 여름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 뒤로도 열 번이 넘는 수정과 보완 끝에 가을에 지금 형태의 '미니 전동 휠체어'가 탄생했다. 전동차 바퀴는 일반 스쿠터의 앞바퀴를 썼고, 핸들 등 필요한 철제 프레임은 용접해 제작했다. 이어 전기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장착해 사용하기 쉽도록 했다.

박씨를 비롯한 기계공학부 학생들의 이 '미니 전동 휠체어'는 그동안 서울국제발명전시회 금상, 전국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 대상, 대학생창의아이디어 사업화경진대회 대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박씨는 "순수 재료비가 40만원 정도 들어가니 100만원 이하의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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