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에서 한 달씩.. 24개국 여행하는 신혼부부

유소연 기자 2015. 1. 18. 14: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릎 높이 기내용 캐리어 두 개만 갖고 살림 차린 부부가 있다. 백종민(35)·김은덕(34)씨. 결혼 4년차인 둘은 2년째 세계의 도시에서 한 달씩 살고 있다. 집은커녕 직장도 없다. 번역일과 홍보회사를 그만두고 '월세 여행자'로 변신했다. 첫 결혼기념일은 터키에서, 이듬해는 파라과이에서 보냈다. 올해는 일본에서 보낸다. 벌써 20개국 21개 도시를 지나쳤고, 앞으로 태국 방콕, 인도네시아 롬복, 대만 타이베이, 일본 도쿄가 남았다.

그동안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터키(이스탄불), 이탈리아(피렌체), 크로아티아(바카르), 스코틀랜드(에든버러), 잉글랜드(런던), 스페인(세비야), 미국(뉴욕), 칠레(발디비아),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멘도사), 우루과이(몬테비데오), 파라과이(아순시온), 볼리비아(전역), 브라질(사우바도르), 독일(베를린), 프랑스(파리), 이란(테헤란), 네팔(포카라), 인도(고아)에서 한 달씩 살았다. 볼리비아에 갔을 땐 '여행 권태기'가 와서 바삐 움직이려고 전국을 돌았다. 둘은 요즘은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머물고 있다. 이메일과 SNS메신저로 이들과 인터뷰했다.

부부의 '일탈'은 예견됐었다. 청첩장도 안 찍었다. 대신 연애 이야기와 사진들로 '청첩북'을 만들었다. 인도식 레스토랑을 빌려 소수만 초대했다. "아직도 우리 결혼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어디가 모자라 몰래 결혼했느냐'는 소리도 들었죠."(남편)

결혼 선언문은 이랬다. '집으로 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인생 목표를 평수 넓히기에 두지 않겠습니다. 세계여행 가서 1인분에 1kg이라는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맘껏 먹을 겁니다.'

'웨딩푸어'를 피하는 대신 여행비에 보탰다. 2012년 결혼 후 둘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계획한 비용은 2년간 4000만원. 전세금 7000만원을 빼내 3000만원은 국민연금·보험료 등 고정지출비로 묶어놓았다. 가능한 여비는 월 166만원, 하루 5만원 남짓이었다.

"에어비앤비(현지인 집의 빈방을 빌리는 저렴한 숙박)를 이용하니 남미나 아시아에서는 한 달 150만원이면 살겠더라고요. 책 인세도 좀 들어오고. 그래도 돈 아끼려고 버스 타고 전기밥솥 들고 다니며 밥해요."(아내)

작년 스페인에선 은덕씨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돈 아낀다고 보험도 안 들었었다. "둘이 싸우는 건 금방 풀리는데 몸이 아프니 귀국하고 싶었어요. 그때 처음 귀국 비행기표를 알아봤는데 얼마 뒤 낫더라고요. 약값은 좀 깨졌지만."(아내)

둘의 여행기는 작년 9월 '한 달에 한 도시'(이야기나무)라는 책으로 나왔다. 귀국하지 않고 여행지에서 출판사에 원고와 사진을 보냈다. 이들은 출발 2년 2개월 만인 오는 5월 돌아온다. 하지만 여름과 겨울은 계속 세계의 유목민이 되어 돌아다니겠다고 한다.

"무턱대고 여행만 했다면 예전의 한국 생활과 사고방식으로 금세 돌아가겠죠. 우린 정말 많은 얘기를 했어요. 무의미한 생명 연장이나 장례 방식부터 왜 사는가의 문제까지요. 그 덕에 둘이 원하는 삶의 방향이 갈수록 닮아가요. 이보다 큰 얻음이 있을까요?"(아내)

"24시간, 365일 붙어살다 보니 결혼 3년도 안 됐는데 30년차 부부는 된 것 같은 편안함도 느껴요. 다른 부부의 긴 삶을 응축한 것 아닐까 싶고, 이제 더 멋진 무언가가 다가올 것 같아요."(남편)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