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남아공서 3년여 '밥퍼봉사' 황재길 사장

2015. 1. 1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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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노숙자들에게 새벽마다 무료급식..장학 후원·기술학교 설립 지원

흑인 노숙자들에게 새벽마다 무료급식…장학 후원·기술학교 설립 지원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15일 새벽 6시(현지시간)를 조금 넘긴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 북쪽 리보니아 강변.

한여름철 강가 풀잎에 맺힌 새벽이슬 방울들이 하늘을 지붕 삼아 고단한 하룻밤을 지새운 노숙자들에게 향하는 노신사의 바짓가랑이를 휘감는다.

요하네스버그에서 휴대전화 액세서리 및 전자제품 판매사업을 하는 반백의 황재길(71) 영파이어니어 사장이 박수를 치면서 노숙자들의 이름을 부르면 풀처럼 누웠던 남루한 차림의 흑인들이 하나 둘 일어나 숲 속 공터로 모인다.

이들은 황 사장과 황 사장을 돕는 김중진씨와 손에 손을 잡고 현지어로 찬송가를 함께 부르고 한 사람이 대표기도를 하는 약식 예배를 드린다.

예배가 끝나면 곧바로 소시지와 식빵, 따끈하게 데운 루이보스티 차가 전부인 간단한 무료급식으로 허기를 떼운 뒤 일터로 출발한다.

이날은 황 사장이 사재를 털어 인근 레소토와 스와질랜드 등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불법체류 노숙자들에게 '밥퍼봉사'를 시작한 지 햇수로 5년째 접어드는 첫날.

휴가철을 맞아 고향으로 떠났던 노숙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돌아와 해마다 1월 15일을 전후해 무료급식을 재개하고 있다.

연말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혹여 1년 동안 피땀 흘려 번 돈을 강도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해 트럭 또는 승합차를 지원했다.

지난해 말 성탄절을 앞두고는 황 사장이 버스 1대, 하우텡 기독실업인회가 버스 1대를 각각 지원해 노숙자들의 귀향을 도왔다.

2년 동안 매일 무료급식 신세를 져 왔다는 건설현장 근로자 페드릭(35)은 "배고프고 외로운 노숙자들에게 매일 음식을 제공하고 겨울에는 직접 나무를 모아 불을 피워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놀라운 분"이라고 황 사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선교단체에서 모잠비크에 설립한 기술학교 개교기념식에 왔다가 남아공의 맑은 공기와 풍경에 완전히 반했어요. 건강도 챙기고 선교도 하자 싶었죠"

1993년 남아공에 정착한 황 사장은 2011년 8월 무료급식을 처음 시작한 이래 휴가철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쉬지 않았다.

황 사장은 "회사 담을 넘어온 도둑들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일이 자주 발생해 알아보니 강 건너편에 노숙자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고 무료급식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도둑들은 다른 지역 출신으로 밝혀졌으나 이를 계기로 이들의 생활상을 알고는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노숙자들은 비가 오면 비를 맞은 채 자고 일어나 흠뻑 젖은 옷을 손으로 짠 뒤 다시 걸쳐 입고 일하러 나가고 영하까지 내려가는 겨울에는 담요나 포장박스를 덮고 비닐로 몸을 말아 새우잠을 잔다.

간혹 건축폐자재와 비닐 등으로 바람만 가린 움막집도 있으나 웬만한 개집보다도 못하다.

브라인스톤과 리보니아 등 2곳에서 각각 30명 가량에게 제공되는 무료급식은 지난해 11월부터 같은 교회 교인 안영호 씨 부부가 매주 토요일 급식을 맡기로 해 큰 힘이 되고 있다.

황 사장의 유별난 아프리카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여 년 전부터 우간다 쿠미대학에서 아프리카 청년들을 한국으로 보내 교육하는 장학제도 후원을 비롯해 보츠나와에 기술학교를 세우는 데 일조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아프리카협의회장으로도 활동 중인 황 사장은 기아대책 이사로 노르웨이 선교단체와 스위스의 AVC 등과 함께 북한 후원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구체적인 후원활동을 밝히기를 주저하는 황 사장은 인터뷰 도중 "이거 안 하면 안될까?"라며 내내 조심스러워 했다.

ryu62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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