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함께 꾸는 꿈 향해 달려요"..'드림러너' 양유진씨

강지혜 2015. 1.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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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기부 마라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몸에 맞는 휠체어가 없어 마라토너의 꿈을 포기할 뻔한 학생에게 휠체어를 안겨준 양유진(26·경희대 체육학과)씨. 양씨는 지난해 한 장애인 마라토너의 휠체어 마련을 위해 '기부 마라톤'을 진행했다. 그는 무려 1800km를 달려 모금 운동을 펼친끝에 지난해 9월 휠체어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양씨의 '드림러너 기부 프로젝트'는 지난해 모두 2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5월23일부터 2박 3일간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경포대까지 모두 108㎞를 뛰었다. 8월7일부터는 17일 동안 강릉~부산~광주~천안을 거쳐 1700㎞의 거리를 자전거로 도는 강행군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지켜본 시민 142명은 양씨에게 450여만원의 후원금을 건넸다. 장애인 육상 꿈나무 박윤재(15)군은 꿈에 그리던 휠체어를 갖게 됐다.

양씨가 처음부터 누군가의 꿈을 위해 달린 것은 아니었다. 졸업을 1년 정도 앞둔 양씨는 대학 생활을 하며 온몸을 던져 도전해본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남들 하듯 높은 토익 점수를 받고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나의 길'은 아니었다. 양씨는 자신만의 길을 달리며 한계를 깨고 싶었다.

양씨의 달리기는 지난 2013년 10월에 열린 제주국제트레일러닝 대회에서 본격 시작됐다. 이곳에서 100㎞를 뛰고 여자 3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 2월에는 극한 마라톤으로 유명한 사하라사막마라톤에 참가했다. 10㎏짜리 가방을 메고 6일간 하루 평균 40㎞를 뛰었다. 많게는 90㎞까지 뛰는 날도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던 양씨의 달리기는 지난 5월 한 학생을 만나면서 '희망을 위한 달리기'로 바뀌었다. 대한장애인육상연맹 관계자의 소개로 안산 명예학교에 다니는 박군을 만난 이후부터다.

양씨는 "윤재가 장애인 육상 국가대표를 하고 싶은데 몸에 맞는 휠체어가 없어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며 "윤재가 혼자 꾸준히 운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은 휠체어를 선물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재를 만나보니 체격도 좋고 앞으로도 꾸준히 육상을 할 것 같아서 드림러너 기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드림러너'라는 이름에는 꿈을 위해 달린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휠체어를 만드는 유명 업체에 문의하니 박군의 몸에 맞는 휠체어를 주문 제작하는 데 1000만원이라는 큰 돈이 들었다. 업체 관계자가 박군의 사연을 듣고 반액을 후원하겠다고 했다. 양씨는 달리기를 통한 모금 운동으로 나머지 절반을 모으기로 했다.

양씨는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에 드림러너 기부 프로젝트 홍보글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마라톤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조력자를 만났다. 장애인 육상 국가대표 선수 등 1·2차 모금 운동에 함께 뛸 사람들도 모집했다.

양씨는 "누군가의 희망이 돼줘서 고맙다고 응원하는 분들도 있었고, 동참 의사를 밝힌 분도 계셔서 많은 힘이 됐다"며 "달리기로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스스로도 기뻤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혼자 기획하고 진행하다보니 숙소비와 식비 등으로 200만원에 가까운 사비를 썼다. 주변의 관심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차 모금에서 170여만원을 모은 양씨는 2달여 뒤 2차 모금을 진행할 때 전략을 바꿨다. 아예 1만원으로 후원 액수를 정했다. 1차 모금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후원에 참여해 3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모았다.

양씨는 우여곡절 끝에 기부 프로젝트를 마치고 목표했던 450만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난 9월 말 서울 송파구 대한장애인육상연맹 회의실에서 후원금 전달식을 열고 박군에게 휠체어 후원금을 기부했다.

드림러너 기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양씨는 지난해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는 영예도 얻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달리기는 올해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양씨는 다음달에 3주간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다. 4월에 또 다른 기부 마라톤 행사를 열고, 5월에 520㎞를 뛰는 사막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한다. 9월 이후 기부 마라톤을 한차례 더 진행하고 10월에는 남미를 횡단할 예정이다.

양씨는 "앞으로 기부 마라톤을 연간 2차례 꾸준히 열 계획이고, 육상이 아닌 다른 종목에서도 대상자를 찾고 있다"며 "기부 마라톤을 기점으로 더 많은 친구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5개 대륙과 극지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봄이나 가을 중 기업에서 운동화를 후원받아 운동을 마음껏 하고 싶은 저소득층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뜻이 맞는 사람들과 동호회 활동을 하며 스포츠 기부 대회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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