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만들어 '에볼라 전사' 응원해요

2014. 12. 2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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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국제중고 '아이러브 MSF' 회원들..국경없는의사회 2년째 후원

크리스마스 이브, 열네 명의 '교복 입은 산타'가 국경없는의사회(MSF) 한국사무소를 찾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렵사리 모은 후원금을 들고 왔다. 40만원 남짓, 큰돈은 아니지만 핼러윈데이에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과자를 배달해 마련한 것이었다. '교복 산타'들은 인터뷰 내내 까르르 웃으며 박장대소했다. 그러나 후원의 의미와 에볼라 사태를 말할 때는 사뭇 진지해 듣는 어른을 부끄럽게 만들 줄도 알았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MSF를 중립적인 구호단체 혹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기억한다. 청심국제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후원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아이러브MSF-국경없는의사회 주니어 서포터즈'다. 올해로 출범 2년째를 맞는 이 동아리는 300여 개 중 10곳을 뽑는 청심 우수 동아리에 선정됐다.

처음 동아리를 만들었고 부장을 맡고 있는 김지현 양(18)은 "작년 초 용돈과 학원비를 아껴 MSF에 기부하러 왔다가 동아리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마음 맞는 친구들 4~5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중 2부터 고 3까지 열여덟 명이 함께하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동아리 막내인 중학생 신소라 양(15)은 "몇 개 동아리에 가입해 있는데 '아이러브MSF'가 가장 체계적으로 잘 굴러간다"며 "부원들이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박영서 양은 "약제내성 결핵의 심각성을 알리고 신약 개발을 촉구하는 거리 캠페인이 기억에 남는다"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게 부끄러웠지만,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이경 양과 서유현 양은 광화문 거리 캠페인에서 외국인들과 만난 일화를 들려줬다.

"한국인인 줄 알고 말을 걸었는데, 중국인인 거예요. 둘이 영어로 대화하면서 뉴스레터도 보여주고 그가 자세한 설명을 원해서 한참 이야기했어요. 한국 사람들은 서명만 하고 가는데, 외국분들은 질문도 많고 자기 의견도 이야기해요." 아이러브MSF 회원들은 용돈을 아낀 돈으로 각각 매달 3만원씩 기부하고 있는 후원자이기도 하다. 차기 부장으로 선출된 조승아 양(17)은 "남에게 권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하자는 생각"이라며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에게 마음을 전하려 감사 영상을 촬영했는데 이런 일을 더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숨막히는 입시와 동아리 활동의 간극 사이에서 아이들은 훌쩍 자랐다. 지정연 양(16)은 "우리 나이에는 보통 금전적인 면이나 안정성을 이유로 의대에 가고 싶다고들 하지 않느냐"며 "활동가들에게서 '진짜 의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의사가 꿈인데 그분들을 롤모델로 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양(18)도 "2년간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누가 물어봐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의사가 되어 직접 MSF 구호 현장에 가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김지현 양은 "이제 고 3이 되는 창립멤버 5명은 지금처럼 열심히 활동하지 못하겠지만, 꾸준히 관심을 갖겠다. 어른들도 에볼라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MSF를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신찬옥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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