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에 쓰러진 '에볼라 영웅'

구정은 기자 입력 2014. 7. 30. 15:34 수정 2014. 7. 3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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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리온 유일 전문의 칸, 100여명 치료 후 감염 사망각국 항로 폐쇄.. 공포 확산

"나도 내 목숨이 걱정된다. 내 삶을 소중하게 여기니까. 보호복을 입어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치료하던 의사 셰이크 우마르 칸(사진)이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감염되면 치사율이 최고 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백신도 치료법도 없는데다 사람 간 접촉을 통해서도 옮는다.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시에라리온의 유일한 에볼라 전문의로서 100여명의 환자들을 치료해온 '에볼라 박사' 칸은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9일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나이 불과 39세다. 앞서 칸을 '국민영웅'이라 칭송했던 미아타 카그보 보건장관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며 애도했다.

칸은 수도 프리타운에서 260㎞ 떨어진 동부 내륙의 케네마에 있는 국립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봐왔다. 1990년대 극심한 내전을 겪은 시에라리온은 세계 최빈국 중에서도 보건·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나라지만 케네마 국립병원의 에볼라 진단·치료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마저 감염돼 숨지자 케네마 주민들이 패닉에 가까운 공포에 빠졌다고 현지언론 어웨어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지금까지 케네마 병원에서는 칸을 비롯해 4명의 의료진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673명 중 50명 이상이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다.

에볼라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지난 25일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에서 패트릭 소여라는 남성이 에볼라 출혈열로 사망했다. 미국 국적인 소여는 라이베리아 재무부의 컨설턴트로 일하다 라고스에 들어왔다. 그를 태운 항공기는 중간에 가나와 토고에 기착했다. 나이지리아 보건부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여는 라이베리아에서 감염된 채 입국했으며 현재까지 나이지리아에서 확인된 감염자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구 2500만명의 대도시 라고스는 에볼라 공포에 휩싸였다.

토고와 가나에도 비상이 걸렸다. 토고의 아스키항공과 나이지리아의 아리크에어는 에볼라가 퍼진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취항을 중단했다.

<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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