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공사장 인부, 밤엔 수험생.. 24세 청년 역경 딛고 의대 가다

최윤아 기자 2014. 2.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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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탓하지 마세요. 낮에는 공사장 인부로 일하고 밤에 혼자 공부한 저도 해냈잖아요."

박진영(24·사진)씨는 2014학년도 수능에서 언어·외국어·과탐 1등급, 수학 2등급(내신 7등급)을 받아 서남대 의대에 수시 기회균형전형으로 합격했다. 낮에는 공사장 인부로, 밤에는 수험생으로 지낸 지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박씨는 고3 때 치른 2010학년도 수능에서 아주대에 합격했지만 학비가 없어 등록을 포기했다. 이후 2년 동안 공부를 접고 PC방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책임졌다. 다시 책상에 앉은 이유는 홀로 그를 키워준 할머니 때문이다. 겨울에는 외풍(外風)이 드센 낡은 집 대신 근처 노인정에서 지냈던 박씨는, 그곳에서 뼈가 부러져도 돈 걱정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인들을 보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90세가 넘은 할머니를 모셔야 하는 박씨에겐 사교육을 받을 시간도, 돈도 없었다. 그가 밝힌 비법은 'EBS'. 20여권이나 되는 EBS 수능 연계 문제집을 세 번씩 풀고, EBS 인터넷 강의를 수차례 돌려 봤다고 한다.

"2년간 거의 매일 새벽 5시에 인력시장에 나가 오후 5시까지 공사장에서 일했어요. 다음 날 일하려면 밤 11시에는 자야 하니까 공부할 시간은 5~6시간에 불과하죠. 학원은 꿈도 못 꾸고 EBS 교재만 봤습니다."

박씨는 'EBS 꿈 장학생'으로 선정돼 19일 장학금을 받는다. 그는 "저를 보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다른 학생들도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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