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돌 지난 막내도 24권이나 빌려.. 2년간 다섯 식구가 읽은 책 2187권
서울 화곡동에 사는 한현숙(35)씨 가족은 일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간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책을 빌려온다. 아들 근범(9)과 딸 유빈(7)은 물론 남편 서영종(36·공무원)씨도 책 바구니를 들고 따라나선다. 이 가족이 오는 14일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책 읽는 온 가족 인증패'를 받는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 21개 도서관이 인정한 다독(多讀) 가족이다.
10일 저녁 한씨의 아파트. 뜻밖에 서가는 작았다. 아이들 방에 작은 책장이 서 있을 뿐이었다. 서영종씨는 "애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을 다 사줄 형편이 안 된다"면서 "대신 도서관이 있는 아파트를 구했다"고 했다.
이 가족이 지난 2년간 빌려 읽은 책은 2187권이다. 목동 양천도서관과 화곡동 푸르지오도서관, 푸른돌도서관을 이용했다. 근범이와 유빈이 이름으로 각각 600권씩 대출했다. 돌이 갓 지난 막내 이수이름으로도 24권을 빌렸다. 한현숙씨는 "절반은 아이들이 선택했고 나머지 절반은 아빠·엄마가 골라준 책"이라고 했다.
'TV와 전쟁' '게임과 전쟁'은 이 집에서도 벌어진다. 단, 엄정한 규칙이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정해진 시간만큼만 TV를 보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 요즘 '한국사를 보다'라는 역사 교양서를 읽고 있다는 서씨는 "애들이 물어볼 때 가르쳐주려면 아빠가 읽어야 할 책 목록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한씨는 "독서가 습관이 되면서 어휘력이 늘었고 일기도 곧잘 쓰게 됐다"고 했다. 오빠는 여동생의 독서 상담사 노릇도 한다.
이 가족은 아이들에게 전집(全集)을 거의 사주지 않는다. 1권을 읽고 2권을 읽고 싶을 때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이, 혹시 대출 중이라면 기다릴 줄도 아는 것이 책의 가치를 키우는 방법이라는 부모의 신념 때문이다. '해리 포터'는 예외다. 근범이가 이 시리즈를 두 번이나 빌려 읽고 또 읽고 싶다고 해서 아예 원서를 들여놓았다는 것이다.
서씨가 '책 읽는 온 가족'의 3원칙을 공개했다. 부모가 매주 두 번씩 도서관에 갈 만큼 부지런해야 하고, '책 읽고 TV 봐라'는 식의 타협이 필요하고, 아이들이 책 읽는 동안에는 부모도 독서한다는 것이다. TV는 밤 10시 이후에 켠다는 서씨는 "애들 잘 때까지 참기가 힘들고 지루하다"고 엄살을 부렸다. 제1회 '책 읽는 온 가족' 인증은 이 가족을 비롯해 서울 21개 공공도서관에서 10가족씩, 총 210가족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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