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희망이다] 고난 없는 삶도.. 극복 못할 삶도.. "없다"

입력 2012. 12. 9. 15:44 수정 2012. 12. 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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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거세지면서 밤이 오고 있었다. 따뜻한 실내가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원고 청탁을 위해 김성근(사진) 고양원더스 감독에게 전화를 했다. 통화 중 계속 퍽! 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배팅연습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프로구단은 모두 연습을 접은 시간에 프로구단에서 부름을 받지 못한 패자들은 춥고 궁벽한 곳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올해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가 우리 사회에 바람을 일으킨 데에는 그만한 이유 가 있다. 김성근 감독은 대학과 기업체에서 특강을 듣고 싶어 하는 멘토 1호의 명사로 떠올랐다. 자신을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강의를 하고, 돌아와서는 젊은 선수들에게 펑고를 쳐주고 그라운드에서 뒹군다. 이 글은 전지훈련장인 제주 강창학 야구장에서 보내온 것이다.

특별기고-'투혼의 삶'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미국 시인 새뮤얼 울만의 '청춘'이란 시의 첫 부분이다. 나 역시 젊음이란 강한 신념과 희망의 유무에 달린 것이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다. 칠십을 넘어 그라운드에 서 있는 나는 누구보다도 젊다고 생각하고, 청춘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동안 수많은 시합을 경험하는 사이 야구에 대한 적지 않은 지식을 쌓아 올렸고 데이터를 축적했지만 그래도 어느 시합이든지 아주 민감한 상태를 유지한다. 지식과 데이터 못지않게 감성을 연마해 직감으로 적재적소에 사람을 기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전략을 세웠으면 고정관념, 선입감,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발상에 도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면 창조력이 생기고 꿈이 펼쳐지고, 아무리 어려운 경기라도 이겨보자고 도전하게 된다. 훈련시키고 교육을 하고, 그래서 훌륭한 선수로 성장시킨다는 신념이 있는 한, 나는 그라운드에 계속 서 있을 것이다.

야구를 하는 순간 나는 청춘 그 자체가 된다. 승리하는 방법이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지 않는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이기기 위하여 도전하고 발상을 바꾸고, 그래도 어렵다고 생각되면 더욱 철저하게 추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럴 때 불가능해 보였던 승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돈이 없고, 연줄이 없고, 기회가 없고, 운이 없다는 타령 속에 자기 자신을 밀어 넣고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왜 그들은 자신이 처한 조건 속에서 절실하게, 벼랑 끝에 서서 자기가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쏟아 붓고 있지 않는 것일까. 상식이나 고정관념 속에 머무르면서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외부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변화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우리가 전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결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깨닫고 실행해야 한다. 새로운 길을 추구하는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만이 개척자로서의 자격이 주어진다. 개척이란 무에서 유로 도전하는 것이다. 창조력은 그럴 때 나온다.

무에서 유로 도전할 때 성공 확률은 대단히 낮아 보인다. 그러나 결정했다면 확률 같은 것에 좌우되지 말고 전력을 쏟고 자기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지, 열정과 집념, 이런 요소들이 모이면 자신을 밀고나가게 만들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잠재능력을 개발해 준다. 어떤 역경에 서 있어도 인간의 본능인 '살아낸다'는 욕망이 있으면 길은 반드시 발견할 수 있게 돼 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은 그 순간 '살아낸다'는 단어 하나밖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 외의 이유와 변명은 죽음을 의미하는 말이 될 수 있다.

나는 가난한 가정의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나 야구로 이름을 날리는 고등학교에 가지 못했다. 형님이 학비가 싼 학교에 가라고 했다. 1학년 때 처음으로 투수판에서 공을 던질 기회를 얻었다. 그날부터 제대로 된 장비 하나 없이도 날마다 강가에 나가 해가 질 때까지 혼자서 돌을 던지며 연습을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우유배달을 하면서도 다리 힘을 키운다는 생각에 재미있기만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이 있다. 그때 어떤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가 승패를 좌우한다. 정면 돌파를 할 것인가. 돌아갈 것인가. 돌아가는 사람은 다른 길을 가게 돼 있다. 어려움을 정면 돌파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얻게 돼 있다. 그는 시행착오 속에서 많이 경험하고 강해지고 성장하게 될 것이다. 돌아가는 방법은 편한 것 같지만 과정이 미숙해지기 마련이고, 변명과 책임전가를 하게 된다. 패자의 길이다. 자기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 그 속에 갇히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의 대단함을 찾지 못하고 삶을 마치게 될 것이다.

#결심 관철시키는 강한 의지 필요

2006년 가을 SK 최정 선수를 처음 만났다. 그의 수비 능력은 3류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내가 키웠던 선수 중에서 자신의 잠재능력에 필사적으로 도전해 성공한 몇 안 되는 선수 중에 한 명이다. 매일 2000∼3000개의 펑고와 배팅을 한 번의 불평불만 없이 소화해냈다. 볼 하나하나에 자기 자신을 거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결국 최정은 국가대표라는 최고의 명예를 손에 잡았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가 선택한 길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후회하거나 고생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법이다. 고생스럽다고 후회하는 사람은 제대로 결심을 하지 못한 사람이다. 선택했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직진하면서 자신의 결심을 관철시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가 아니라 찾아서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온다. 내일이 보이지 않더라도 투지를 불태우는 동안 그 안에서 성장하고 다음의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나는 천직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내라는 준비기간을 충실하게 쌓아 올리는 사람만이 천직을 만날 수 있다.

야구 감독 50년 동안 약체 팀만 맡아 온 나는 매순간을 삶의 승부처라고 생각해 왔다. 시합을 마치고 밤늦게 숙소에 돌아오면 날이 밝을 때까지 그날의 시합을 분석했다. 그런 과정 없이 편하게 잠을 잔 날은 거의 없다. 그렇게 안간힘을 쓰면서 전력투구하는 과정에서 약팀이 강팀으로 변했고, 감독이라는 직업에 사명감과 애착 그리고 즐거움을 느껴왔다. 그렇게 해낸다는 것에 스스로 고마웠고, 야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12번 해고당했지만 13번 섰다는 것이 중요하다. 남의 자식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내 평생의 자세다.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하면서 항상 '왜'라는 의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희망의 등불은 꺼지지 않는다. 인생의 승패는 얼마나 강렬한 열정을 갖고 얼마나 집중력 있게 매달렸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사람은 시행착오의 경험이 많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는 청춘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궂은비는 반드시 그치게 돼 있다.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할 삶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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