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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고장 전주'로 한식 배우러 온 日미술학도>

연합뉴스

나오키씨 "고향 가고시마에 정 듬뿍한 한식집 열 터"

(전주=연합뉴스) 임 청 기자 = "안뇽하세요. 어서 오세요." "좁으니깐 좀 끼어서 앉으시죠."

식당에 들어서는 손님들을 서툰 한국말로 안내하는 일본인 '히라하라 나오키(平原尙樹ㆍ31)'씨는 항상 웃는 얼굴이다.

그가 일하는 전주 남부시장 내 한국식당인 '정(情)집'은 시장통에서는 알아주는 백반 전문식당.

그가 한국 음식을 배우기 위해 현해탄을 건넌 건 2년 전.

가고시마현 시내에서 일식점 주방일을 하던 한 그는 "한국 요리하면 전주가 최고다"라는 말을 듣고 무작정 전주를 찾았단다. 지난 2010년 7월말에 전주를 찾았으니 벌써 한국에서의 생활이 2년을 훌쩍 넘어섰다.

"일본 TV프로그램에서 전주의 막걸리촌이 소개되는 장면을 보고 무릎을 치면서 저거다 생각했다"는 나오키씨는 "막걸리에 더불어 나오는 다양한 안주와 음식을 보고 '저걸 꼭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유는 다양한 나물과 채소를 활용한 한국의 음식이 일본인이 선호하는 '건강식'에도 잘 맞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전공은 요리와 거리가 멀다. 그는 3년제인 '오이타예술문학단기대학'에서 서양화를 배웠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을 돌며 미술공부를 했던 그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음식이 미술의 색감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접하면서 음식에 빠져들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요리에 관심을 뒀고 이후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돌며 각국의 특유한 음식문화를 직접 체험했다.

일본으로 돌아와 일식점에서 주방일을 도우며 음식을 제조하기도 했지만, 일식보다는 자신만의 색깔 있는 음식을 만들어 보겠다는 그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다 자신의 가게에 들른 한국 손님에게서 들은 '한식'에 깊은 감명을 받고 한국을 찾았던 것.

일할 곳도 알아보지도 않은 채 무작정 전주를 찾은 그를 '정집'으로 안내한 사람은 지역에서 건설업을 하는 강모씨.

6년간의 일본 생활로 일어에 능통한 강씨는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나오키씨의 사정을 알고 자신의 단골집인 '정집'을 소개했고, 그는 이곳에서 주인 할머니의 지도로 묵묵히 전통 음식을 배웠다.

나오키씨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한식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시장과 골목에서 할머니와 아줌마들이 만들어 내는 정이 듬뿍 담긴 음식을 전수받고 싶었다"면서 "내년 초께 고향 가고시마로 돌아가 백반집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청국장과 김치찌개, 생선전골 등을 직접 구수하게 끓여내는 것은 물론이고 간을 맞춘 각종 나물반찬도 혼자서 해 낼 정도다. 특히 냉이, 달래, 취나물, 고사리, 더덕 등을 이용해 그가 만든 '나물 무침'은 단골의 입맛에 맞을 정도가 됐다.

'정집'의 주인 이모(69) 할머니는 "배우고자 하는 열정도 많고 사람이 성실해 2년 동안 다양한 국과 밑반찬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면서 "이젠 일본으로 돌아가 한국식당을 차려도 괜찮을 만큼의 실력을 갖췄다"며 칭찬했다.

"한국생활이 정말 좋아 한국 여자친구와 교제하고 있다"는 그는 "가능하다면 여자친구와 일본에 돌아가 매운맛을 순화시킨 '퓨전식 백반'으로 승부를 걸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lc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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