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수지 위 "승진경쟁 여성에 불리하지 않아"

임상수 2012. 7. 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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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 부사장 "유리천장 핑계 내 태도 아냐..부하여성에 기회주려 노력" 화상회의 직접 시연.."하는 일 주변 보여주는 것 좋아해"

시스코 부사장 "유리천장 핑계 내 태도 아냐…부하여성에 기회주려 노력"

화상회의 직접 시연…"하는 일 주변 보여주는 것 좋아해"

(새너제이 < 美캘리포니아주 > =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 "기업 상층부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지만 여성에게 특별히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저의 태도가 아닙니다"

시스코시스템스의 수지 위(42. 한국명 위정아) 부사장은 30일 휴렛패터드(HP)나 시스코에 있으면서 이른바 '유리천장(glass ceiling,직장 내에서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이르는 말)'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스코로 찾아간 기자를 사내 대형 화상회의실로 안내한 뒤 자신의 사무실로 달려가 화상회의로 인터뷰를 시작하고, 또 다른 방으로 옮겨가 3곳을 동시에 화상으로 연결해 보여 주는 등 마치 놀이를 하듯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화상회의시스템을 소개했다.

위 부사장은 신나는 표정으로 "하는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며 "대기업 고위임원이면 진지할 것으로 생각해 부담스러워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위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CNN이 선정한 IT업계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10걸에 선정됐는데 소감은.

▲ 믿을 수 없는(incredible) 일이다. 매우 운이 좋았다. 선정된 10명에는 정말 유명하고 훌륭한 여성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럽지만 정말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운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기여한 바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정말 모르겠다. 그저 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 일이 (사회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 IT업계에서 여성들의 지위향상에도 상당한 공헌을 했다고 하는데.

▲ 내가 일하는 분야에 여성이 많지 않다. 승진할수록 더욱 그렇다. 일을 하면서 일반적으로 남성이든 여성이든 동등하게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때때로 여성들에게 더 기회를 주려고 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나 일하는 방식이 (남성들과) 다른 경우들이 있다. 그같은 다양성을 좋게 생각해 적극적으로 표현할 것을 주문한다. 그같은 주문이 다양한 견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대화를 만들고, 동등하게 (일에) 기여하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 HP나 시스코에 있으면서 이른바 '유리천장'을 느낀 적이 있는지.

▲ 기업 상층부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에게 특별히 불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나의 태도가 아니다. 물론 업종에 따라 여성에게 불리한 곳이 있을 수 있다. 여성 뿐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아시아계가 불리한 경우도 있다. 나도 어릴 때 수줍음이 많고 조용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일 때문에 말을 많이 하게 되고 외향적인 성격을 갖게 됐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기술도 배웠다. 대학에 다니면서 팀스포츠인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 IT업계에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을 공유한다면.

▲ 팀을 이뤄 함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혁신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팀워크를 믿지 않는 팀원이 있을 때 쉽지 않다. 이들의 견해를 충분히 이해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 지금 직책이 CTEO(Chief Technology and Experience Officer)로 돼 있는데 생소하다.

▲ CTEO라는 직책은 다른 회사에서는 없다. 이직 때 회사와 함께 처음 만든 직책이어서 사내에서도 내가 이 직책을 가진 첫번째 사람이다. HP와 시스코에서 화상회의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5∼10년전에는 화상회의 시스템의 품질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회의 중 카메라가 회의 참석자를 제대로 비추지 못하면 화면에 그 사람의 절반만 나오는 식이었다. 당시 연구하는 과정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은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사용자 경험(UX)'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전까지는 연구의 중심이 기술이었지만 그후 사용자 경험을 중요한 테마로 생각하게 됐다. 기술과 사용자 경험이 서로 선순환을 하면서 발전해 왔고 나 역시 10년 이상 이 선순환을 위해 노력해 왔다. HP에서 옮겨올 때 시스코에서는 원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원했지만 이런 경력과 열정 등을 보고는 CTEO라는 직책을 만들게 된 것이다. 시스코로 옮겨와 처음 한 일이 바로 새 직책을 만드는 일이었다.

-- 많은 사람들이 이 직책에 대해 물어봤을 것 같다.

▲ 거의 모든 사람이 물어본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설명하면 이 직책이 상당히 앞선 사고라고 생각한다. 사용자경험을 통해 고객들을 이해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합쳐지면 멋진 협업 경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15년간 일해온 HP에서 시스코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 당연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HP를 사랑하고 그곳에 있는 동안 행복했다. 그러던 중 시스코에서 내게 전화를 했다. 보통은 이런 전화는 아예 받지 않지만 시스코가 찾는 사람이 협업과 영상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갖게 됐다. 시스코는 4개 사업영역이 있다. 네트워킹과 데이터센터, 그리고 영상과 협업이다. 이중 2개 분야인 영상과 협업은 내가 줄곧 관심을 갖고 일해온 분야여서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 많은 특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40∼50건 정도된다. 비디오 스트리밍과 네트워크상 영상 전송방법, 영상크기나 해상도를 바꾸는 방법, 암호화 방법 등 영상 보안 등과 관련된 것들이다.

-- 이렇게 다양한 특허들이 있는데 직접 창업할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 당연히 했다. 벤처회사를 창업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벤처회사 즉 중소기업은 민첩성을 가지고 있어 결정 등을 매우 빠르게 할 수 있다. 대기업은 움직임은 느리지만 한번 결정이 되면 가용 자원들이 많고 그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물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모두 형태는 다르지만 혁신을 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벤처기업과 대기업을 놓고 고심하다 대기업을 선택했다. 대기업에 들어가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회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책을 맡았다는 것은 매우 운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학 졸업후 계속 실리콘밸리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리콘밸리의 장점을 소개한다면.

▲ 실리콘밸리는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는 곳으로, 한마디로 위대하다. 첨단 기술과 강력한 기업가들이 숨쉬는 곳으로 많은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공존한다. 정말 재미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좋은 대학들도 포진해 있는 역동적인 환경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 최근 실리콘밸리를 방문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조언한다면.

▲ 실리콘밸리는 누구나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곳이다. 열심히 일하고 혁신적일 수 있다면,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를 추진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가능한 곳이다. 게다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일에 꼭 맞는 인재들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실패가 매우 두려운 것이겠지만 이 곳에는 혁신을 위해 (실수가) 허용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지난 5년간 개인 블로그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 내가 배운 교훈들 가운데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주로 쓴다. 물론 가끔 재미있는 내용들도 싣는다. 주변 사람들은 대기업 임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내가 매우 심각한 사람일 것으로고 생각하고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는 것을 좋아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도 즐긴다. 그것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쓰고 있다. 팀워크와 리더십에 대한 교훈과 경력관리 조언, 첨단기술트렌드, 사용자 경험의 향후 흐름 등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 하루 일상은.

▲ 유럽과의 시차 때문에 대체로 오전 6시에 기상한다. 곧바로 회사로 출근해 유럽 직원, 고객들과 회의를 한다. 물론 아시아 쪽과 회의를 위해 밤에도 일을 해야한다. 퇴근은 밤 9∼10시나 돼야 가능하다. 일이 끝나면 매주 월요일은 밤 9시부터 아이스하키를 한다. 한달에 1∼2주 정도는 해외출장을 간다.

-- 한국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 우리 가족들은 최근 한국에 다녀왔다. 이번엔 일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1965년 미국으로 이민왔고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들이 대가족이어서 아직 많은 친척들이 한국에 있다(위 부사장은 최근 가족들이 한국에서 친척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저장돼 있는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한국에 대한 기억은 모두 좋은 것들이다. 처음 미국에서 자랄 때 주변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정말 많이 성장했다. 아시아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런 위치를 계속 유지하면 좋겠다.

-- MIT에 16살에 입학한 것으로 돼 있는데.

▲ 사립고교를 다녔는데 한 학년을 건너 뛰었다. 사실 고교때까지 아시아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지만, MIT에 입학해서는 나와 비슷한 많은 아시아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그는 '천재소녀'고 말하자 1년 월반한 것에 불과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 IT업계 영향력 있는 10대 여성으로 선정됐을 때 첨단기술에 '재미(fun)'를 입혔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을 좋아한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보여줬던 것처럼 내가 개발하고 연구하고, 일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즐긴다.

-- 멘토가 있는지

▲ 공식적으로는 한 분이 있지만 사실 다양한 멘토들이 도와주고 있다.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분은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MIT 은사인 윌리엄 슈라이버 교수를 꼽을 수 있다. 흑백TV에서 디지널TV에 이르기까지 여러 업적을 남기신 엄청난 분이시다. 그 분이 하신 말씀을 '슈라이버리즘(Schreiberism)이라고 부르곤 했다. 그 분이 돌아가셨을 때 블로그에 추모사를 남겼을 뿐 아니라 실제로 장례식에서도 추모사를 했다. 저는 그분의 마지막 박사학위 제자이기도 하다.

--향후 계획은.

▲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에 기여 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것과 주변의 모든 것이 항상 최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최고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도울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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