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낙원상가 옥상, 야외공연의 낙원 되다

한현우 기자 2012. 5. 2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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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공연장 '아트라운지 멋진 하늘' 연 뮤지션 이대귀씨

서울 종로2가 낙원상가는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오랫동안 퇴락한 이미지를 안고 있었다. 1967년 문을 열 때는 서울에서도 드문 15층짜리 최신형 주상복합 건물이었으나, 멀티플렉스에 밀린 허리우드 극장이 젊은이들을 끌어모으지 못하면서 서서히 도심 속 슬럼 같은 이미지로 변해왔다.

낙원상가의 변신은 상가 건물의 4층이자 옥상에서 시작됐다. 예술영화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와 실버영화관인 허리우드 클래식, 그리고 뮤지컬 '사춤' 전용극장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저녁, 이곳에 개관한 야외공연장 '아트라운지 멋진 하늘'에서 첫 번째 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장이 생기면서 낙원상가 옥상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됐다. 회색 콘크리트벽에 나무로 된 장식물을 대고 지붕을 갖춘 삼각형 모양 무대가 섰으며, 객석 쪽엔 인조잔디밭도 생겼다. 이 잔디밭에 앉아 고개를 들면 그야말로 멋진 하늘을 볼 수 있다.

'멋진 하늘'은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기독교 가사를 담은 대중음악) 뮤지션 이대귀(37)씨의 작품이다. 그는 "낙원상가에 젊고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건물주, 낙원상가 번영회, 아파트 주민들과 상의 끝에 이 공연장을 조성했다. 같은 층에는 합주실 6개와 녹음 스튜디오를 갖춘 '더사운즈 스튜디오'도 문을 열었다. 작년 여름 공사를 시작해 10월 말쯤 마무리됐으나 야외공연장 특성상 추운 겨울 동안엔 무대를 열지 못하고 공연 프로그래밍을 해왔다. 지난 12일 첫 무대는 버클리음대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이지현이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시민들을 상대로 무료 공연을 열었다. 좌석을 포함해 인조잔디밭까지 150여명의 객석이 가득 찼다.

"낙원상가가 한국 대중음악의 상징과 같은 곳이잖아요. 그런데 4층 옥상은 아무것도 없어서 그 공간을 활용해보고 싶었습니다. 뮤지션들이 이곳에 자주 들러 악기를 사거나 수리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했어요."

지난 10년간 자신의 CCM 음반 4장과 다른 이의 음반 6장을 프로듀스한 이씨는 베스트셀러 가스펠 악보집 '많은 물소리'의 편집인이기도 하다. 지난 6년간 서울 신설동에 있는 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했으나, 이 문화공간 운영을 위해 사임했다.

"뮤지션들이 보통 홍대 인근의 지하 합주실이나 클럽에서 연습과 공연을 하죠.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야외공연장도 매우 적은 편이에요. 아마도 세계에 유례가 없을 대형 악기상가와 주변 인사동의 관광객들까지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자부합니다."

한동대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같은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졸업 후 IT 기업에서 4년간 근무한 뒤 퇴사하고는 음악 활동을 해왔다.

"앞으로 주말엔 항상 공연을 열 생각입니다. 자체 기획 공연도 있고 대관 공연도 하기 때문에 충분히 주말 무대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6월만 해도 이미 공연 4회가 잡혀 있습니다." 무대에 오를 음악은 주로 재즈, 클래식, 어쿠스틱 음악이 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평일에 직장인들을 위한 클래식 무대도 열 계획이다. 방치돼 있던 건물 옥상에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든 것에 고무된 낙원상가 번영회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 첫 공연 때는 키보드와 스피커를 낙원상가 악기회사와 음향회사에서 무료로 대여해 줬다.

공연장 대관료는 20만원 선으로 규모에 비해 무척 저렴한 편이다. 합주실 사용료 역시 시간당 1만2000~1만5000원으로 다른 곳보다 싸다. 특이한 것은 직장인 밴드를 위해 기타와 베이스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한다는 점. 악기를 들고 다니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이곳에서 시간당 3000원에 기타나 베이스를 빌릴 수 있다.

"이 동네가 낙원동이어서 낙원상가가 됐겠지만, 처음 이 옥상에 와서 도심 속에 뚫린 하늘을 보니 정말 '파라다이스'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공연장 이름도 '멋진 하늘'이라고 지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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