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안마시는데 왜 지방간이지? 지방간 57%가 밥·커피 등 때문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2013. 1. 31.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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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섭취 느는데 운동부족.. 여성도 '지방간 비상'

술을 많이 안 먹더라도 흰쌀밥·빵 등 탄수화물이나 커피·초콜릿 등 당분을 많이 섭취하면 지방간(脂肪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30일 밝혔다.

지방간은 과음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 등에 의한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직장인 사이에선 과다한 알코올 섭취가 지방간을 주로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탄수화물·당분이 주범인 것으로 입증된 것이다.

가장 최근 조사가 실시됐던 2007년 우리 국민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전체 성인 가운데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린 사람의 비율)은 16.0%, 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12.3%였다. 전체 지방간의 57%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인 셈이다.

지방간은 기름(지방)이 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식약청 연구 결과 국내 성인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지난 2004년 11.5%에서 2010년 23.6%로 배 이상 급증했다.

한광협 연세대 의대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늘어나는 것은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데 비해 운동량이 부족한 데 원인이 있다"며 "특히 폐경이 지난 50대 여성들은 여성호르몬 생성이 안 돼 복부 비만이 늘고, 이것이 지방간의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음주를 전혀 하지 않는 중년 여성 중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신여대 이승민 교수는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일부만 에너지로 소모되고, 나머지는 지방 형태로 체내에 저장되는데, 이 과정에서 간에 지방이 늘어나면서 지방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간이 스스로 지방간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때도 탄수화물이 주원료로 쓰인다.

알코올로 인한 지방간은 과음이 원인이다. 알코올을 많이 섭취할 경우 우리 몸은 알코올을 우선적으로 에너지로 사용한다.

그러면 함께 섭취한 지방과 탄수화물은 고스란히 체내에 쌓이는 것이다. 또 과음할 경우 일부 알코올이 지방으로 전환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강한 성인이 한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알코올 양은 통상 체중 1㎏당 0.1g 정도이다. 하루 순수 알코올 80g(소주 1병 가량)을 매일 섭취하면 지방간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한광협 교수는 "술을 먹으면서 고지방 식사까지 하면 하루에 필요한 섭취 영양량을 넘어서면서 지방간이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면 간의 지방 덩어리가 커져 주변 혈관을 압박해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산소와 영양을 적절히 공급받을 수 없어 간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고지방 식사에 과음까지 하면 초산이 축적돼 알코올 제거가 지연되고 지방간 생성이 촉진된다.

지방간은 증상이 없어 대부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한 피로감과 함께 오른쪽 복부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간이 지방 축적으로 비대해져 간을 싸고 있는 막이 당겨져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금주해야 간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늙을 때까지 적당한 음주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식약청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피하려면 탄수화물과 당류를 적게 섭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52명)를 대상으로 2개월간 탄수화물과 당류를 제한하는 식생활 교육을 실시한 결과 환자 대부분(80.8%)이 지방간 증세가 완화됐다는 것이다.

식약청 이진하 연구관은 "탄수화물로부터 에너지 섭취가 많은 한국인은 지방보다는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지방간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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