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의 ' 스태민어' !

정우천기자 2011. 7. 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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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품 보양식' 신안 민어

최상의 여름 보양식품으로 꼽히는 '민어(民魚)'가 제철을 맞았다. 복날 음식으로 '민어찜은 1품, 도미찜은 2품, 보신탕은 3품'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무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7월의 제철 웰빙 수산물'로 민어를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민어 어획량은 다소 부진해 가격이 높은 편이다. 산지 어민들 얘기로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쯤 돼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맛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서해안 민어의 집산지인 전남 신안군 지도읍 송도위판장을 지난 15일 아침 찾았다. 입찰을 진행하던 신안군 수협 북부지점 경매사 심성훈(40)씨는 "요즘 민어 하루 어획량이 적게는 200~500㎏, 많게는 1~2t가량이어서 상품으로 치는 7㎏ 이상 크기의 경우 ㎏당 경락 가격이 4만7000~5만4000원으로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민어의 국내 어획량은 해마다 200~400t가량(지난해 290t)으로 90% 이상이 송도위판장 인근인 재원도와 임자도 인근 해역에서 잡힌다. 그 이유에 대해 서대철(43)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국제갯벌센터 연구사는 "회유성 어류인 민어는 매년 6~8월 알을 낳기 위해 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서해안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신안 해역이 산란하기에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해역은 갓 부화한 민어가 먹는 플랑크톤과 성장기 민어들이 좋아하는 젓새우가 풍부한 곳"이라며 "실제로 민어의 내장을 갈라 보면 젓새우들이 많이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름 민어가 유난히 맛있는 것과 관련, "산란기의 민어는 체내에 많은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며 "알을 낳은 뒤에는 체내 영양소가 빠져나가 맛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민어는 20㎏ 이상의 큰 것도 간혹 잡히지만 여러 명이 어울려 먹기 좋은 크기는 5~8㎏짜리다. 같은 중량일 경우 수컷의 가격이 암컷보다 더 높다. 산란기의 암컷은 체중의 15~20%가량이 알인 데다, 수컷의 뱃살이 암컷에 비해 탄력 있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민어는 활어가 드물고 대부분 선어로 유통된다. 주낙으로 잡은 것 중에는 더러 활어가 있지만 그물로 잡은 것은 대부분 깊은 바다(수심 15~100m)에서 끌려 나오면서 수압 차 때문에 죽는다. 민어는 쓸개, 지느러미, 비늘을 빼고는 다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살은 생선회로, 뼈와 머리는 내장과 함께 매운탕으로 먹고 껍질과 부레는 기름소금과 함께 먹는다. 민어회는 특히 기름기가 적어 맛이 담백할 뿐 아니라 소화 흡수가 빨라 기력이 떨어진 노인과 환자의 건강 회복에도 좋다. 특히 민어 부레는 강장음식 중 최고로 꼽힌다.

송도위판장 주변에는 민어를 도매하는 전문점이 20여곳 있다. J수산의 한 직원은 "해마다 7월 말부터는 전국 각지에서 택배 주문이 몰려온다"며 "지난해 성수기 때는 하루에 200~300㎏ 부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어 전문 요리점은 목포시내에 많다. 옥정, 영란횟집, 삼화횟집 등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민어와 관련, 아직도 상충되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백성의 물고기'란 어명에서 확인되듯 남녀노소, 귀천의 구분 없이 즐겼던 생선이라는 것. 반면 일반 백성은 먹기 어려웠고 사대부들만 즐겼던 생선이라는 설도 있다. 어떤 설이 맞는지 많은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답변은 명쾌하지 않았다.

다만 18년 조리 경력의 지도횟집 주방장 박종필(38)씨의 해석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민어는 서남해에서 많이 났던 만큼 서남해권 백성들에게는 흔한 생선이었지만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먼거리를 수송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한양(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는 사대부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급됐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안 = 글·사진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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