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력 시달리는 한인여성 너무 많아요"

2011. 3. 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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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군사도시

거주 한인 85%가 결혼이민여성

"부족한 영어·법률지식'속수무책'한국유학생 등 도움의 손길 절실"

[이사람] 미국서 가정폭력 피해동포 돌보는 김은혜 목사

"남편과 이혼을 하려고 해도 영어와 법률 지식이 모자라 피해를 보는 동포 여성들이 많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페이엇빌에 있는 뉴라이프미션교회의 김은혜(59·미국이름 그레이스 김·사진) 목사는 미국으로 결혼이민을 와서 남편의 폭력과 학대 등으로 불행한 삶을 사는 한인 여성들을 도왔다.

국제여교역자협의회의 회의 참석차 서울에 온 그는 18일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며 고국의 관심과 한국 유학생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 참여를 기대했다.

독일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귀국한 1995년 겨울, 길을 걸어가던 그의 귓가에 "언니 밥 좀 줘요"라는 한국말이 또렷이 들렸다. 미국인 남편이 집에서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뛰쳐나온 뒤 노숙자가 된 한인 여성이었다. 그는 후천성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까지 감염된 그 여성을 거둬서 돌봤다. 그때부터 김 목사의 눈에는 불행한 한인 여성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년동안 40여명이 저를 찾아왔어요. 다른 복지기관에서 맡아달라고 보내온 여성들도 10여명이나 됐어요."

김 목사는 그런 피해 여성들을 대신해 이혼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밟아주기도 하고, 가정폭력 사건 등의 증인으로 나서기도 하면서 한인 여성들의 권익을 지키고 있다. 그가 사는 페이엇빌은 인구 30만명 가운데 군인이 30%가 넘는 군사도시로, 한국인도 5천명이나 산다. 그 가운데 85%는 미군이나 군무원과 결혼해 시민권을 얻은 결혼이주 여성이다. 남편을 따라서 아메리칸드림을 좇아왔지만 불행한 이들도 적지 않다.

97년에 만난 한 여성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남편의 학대와 성폭력에 시달린 끝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그 여성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임신 사실을 알리자 그는 도리질을 하며 자신의 배를 때렸다. 김 목사의 도움으로 남편과 이혼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에서는 임신한 배에 폭력을 행사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태아를 보호하겠다는 문서에 서명한 뒤에야 병원에서 교회로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김 목사는 현재는 미국인 노숙인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엇빌에서도 쉼터 주변은 생활환경이 열악한 곳입니다. 마약 밀매와 매춘이 성행합니다." 가난 때문에 노숙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무료급식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1천여명이 무료급식소를 찾는다. 아예 교회에서 함께 사는 이들도 있다. 김 목사는 짧으면 2~3개월, 길게는 2년가량 교회에서 함께 지내면서 자립을 돕는다. 다시 노숙인으로 되돌아가는 안타까운 사례도 종종 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바로잡습니다기사 본문에서 페이엇빌 도시 전체가 생활환경이 열악한 것이 아니라 쉼터 주변 생활환경이 열악한 곳입니다. 김은혜 목사는 "오랜 미국 생활로 표현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같이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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