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진압용 물대포, "물이 아니라 '무기' 수준"

입력 2008. 6. 3. 11:13 수정 2008. 6. 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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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지난 5월31일과 6월1일 이틀 간 서울 시청 앞을 가득 메운 촛불이 경찰이 내뿜은 물대포에 의해 하나둘씩 빛을 잃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요구하며 모인 이날 촛불시위에서 경찰의 물대포 발사 등 강경 진압에 의해 고막이 터지고 실명 위기 처했다는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명영수 서울경찰청 경비1과장은 1일 브리핑에서 "물대포는 경찰 사용 장구 가운데 가장 안전하며 신체에 전혀 피해가 없다"며 "물대포를 맞고 다쳤다면 거짓말"이라고 발언해 물대포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대포가 안전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물대포가 가진 파괴력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물대포, 주먹으로 강하게 맞은 것보다 심한 충격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1일 오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부상자는 60명 이상으로 고막이 파열된 정모씨(23)와 이모씨(18), 타박상을 입은 박모씨(24) 등이 물대포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고생 실명위기설 등이 나돌며 물대포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됐다.

이에 물대포(시위진압용 살수차)는 강한 수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몸에 맞을 경우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앙소방학교 관계자는 "경찰의 시위진압용 살수차와 화재 진압용 살수차는 다르지만 현장 동영상으로 확인한 결과 10kgf/㎠정도의 압력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위진압용 살수차는 화재진압용 방수포처럼 지붕에 대포처럼 설치돼 있는 수관을 통해 물을 발사하며 압력 증가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수압을 조절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화재 진압시 4,5층 건물의 불을 끄기 위해 10kgf/cm2의 수압 사용하는데 거리나 배관 굵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머리에 정통으로 맞을 경우 즉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정도 압력이면 왠만한 유리창은 쉽게 깰 수 있다.

경희의료원 응급의학과 최한성 교수는 "10kgf/㎠정도의 압력이면 주먹으로 강하게 가격하는 것과 비슷한 통증을 느낀다"며 "물대포를 발포하는 순간 압력은 더욱 크게 느껴지므로 처음 맞게 되는 사람은 몽둥이로 내리쳤을 때 느끼는 것보다 더 심한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물대포를 맞을 경우 뇌진탕, 장파열, 안구파열, 코뼈 골절 등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양대 응급의학과 강현구 교수는 "타박상은 기본이며 안구에 맞을 경우 전방출혈과 함께 각막이 손상될 수 있으며 안면골 골절, 기흉, 갈비뼈 골절 등이 예상된다"며 특히 "뺨만 맞아도 고막은 파열될 수 있는데 이 정도 압력이 가해진다면 심각한 손상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즉 물대포는 멍이 들고 빨갛게 부어오르는 타박상을 일으키며 눈이나 귀, 얼굴 등 한 곳에 집중적으로 가격될 경우 각막 손상, 고막 파열, 장파열, 골절 등을 유발 할 수 있다는 주장.

최 교수는 "건장한 남성의 경우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으나 안면골이 얇기 때문에 얼굴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어린아이나 성인의 경우 물대포를 맞아 쓰러질 경우 뇌출혈 등 2차 손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촛불집회가 야간에 열리는 특성상 물대포를 맞은 후 저체온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강 교수는 "몸의 온도가 3-4도 정도 떨어지면 맥박이 느려지고 의식이 흐려져 실신할 수 도 있다"며 "빨리 젖은 옷을 벗기고 체온을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영구 시·청각 손상 위험 없나

현재 고막이 손상되거나 실명 가능성이 의심됐던 피해자들 가운데 몇몇은 불행 중 다행으로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압으로 인해 고막이 파열되면 경우에 따라 고막 재생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

건국대학교 이비인후과 신정은 교수는 "고막은 복원 능력이 있어 한달 이내 자연 회복되지만 파열 후 고음부분을 들을 수 없게 되는 신경성 난청이나 감염에 의한 중이염 등이 우려되므로 지속적으로 내원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압으로 인한 고막 파열이 청각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키는 사례가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눈이 충격을 받으면 뇌진탕처럼 망막에 진탕이 오기 때문에 출혈이 없더라도 수 일 동안 시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며 이를 통한 실명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건양대 김안과 이동원 교수는 "각막 찰과상이나 염증, 안내 출혈 등은 원래 눈이 약한 고도 근시 환자나 당뇨, 고혈압 망막증 환자 등의 경우 수술을 필요로 하나 일반적으로 약으로 치유 가능하다"며 "발사 거리나 환자 상태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꼭 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받을 것"을 강조했다.

한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현재 물대포에 의한 피해 사례를 취합해 정부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팀장은 "피해자들의 사례를 모아 고소, 고발, 인권위 제소 등 총체적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찰은 불법적인 강경 진압에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rememberbor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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