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유괴 매번 '소잃고 외양간'..경찰청은 '복지부동'

2008. 3. 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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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양에서 실종된 이혜진(10)양이 결국 주검으로 발견됨에 따라 많은 학부모들이 분노하는 한편 "우리아이는?"이라며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관련 시민단체 및 실종아동들의 부모들은 경찰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 전개 과정에 있어 경찰의 유괴 전담 인력의 미비 등이 사건 해결을 늦췄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이번 기회에 유괴에 대응하는 경찰 조직이 변화할지 주목받고 있다.

◇ 경찰청내 실종아동전담인력이 없다?

17일 안양 어린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이혜진·우예슬 양을 살해 했노라고 자백하면서부터 사건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발견되는 과정까지의 수사과정에 대한 관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경찰은 실종신고 4일만에야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1주일 후 공개조사에 착수,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들이다.

이처럼 사건이 초기에 소흘하게 다뤄진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은 경찰 조직 내에 실종아동전담부서가 없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실 경찰청 내에는 여성청소년과에서 실종아동을 전담하고 있으며 각 지역마다 전담반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전담반으로 보기에는 역할이나 인력 배치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국실종아동인권찾기협회 박혜숙 공동대표는 현재 실종아동을 전담하는 여성청소년과가 수사인력이 아니라 선도하는 과라서 지휘가 안되고 각 지역마다 배치된 수사인력이 업무를 맡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 현금 요구 없으면 유괴 아니다?

현재 경찰청 내 전담과가 수사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작용은 실제 수사 진행이 여성청소년과가 아니라 다른 과를 통해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경화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수사전담부서가 아닐뿐더러 성폭력 등까지 전담하고 있는 과로 실종아동에만 전력을 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박혜숙 대표는 본인의 아들을 잃어버린 뒤 아이를 찾을만한 단서가 잡히면 형사과로갔다가 수사과 강력계로, 최근에는 폭력계에서 담당하는 등 일관성 없이 수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2005년 실종아동 보호·지원법을 발의, 통과시킨 고경화 의원실 역시 박 대표와 같은 입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방단위에서 수사를 맡고 있는 현 구조에서는 신고센터가 있다 해도 실종아동만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부서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전담 인력 문제 외에도 경찰청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정 연령 이상은 보고를 피하는 등 실종아동을 다루는 방법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혜숙 대표는 현재 실종아동의 기준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현재 아동복지법에는 18세까지 아동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실종아동 보호·지원법에는 14세까지만 실종아동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

박 대표는 이에 더해 경찰청이 만 8세 이하만 보고하면서 데이터를 줄이려고 한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고경화 의원실 관계자는 '실종' 상황에서 '유괴·납치'로 넘어가는 기준도 문제로 지적한다. 현재 경찰청 기준은 금전적인 요구 등 직접적인 협박이 없으면 유괴·납치 상황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살해된 이혜진·유예슬 양 역시 금품 요구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그같은 기준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 유괴방지, 뚜렷한 대안 없어

안양 어린이 살인사건이 화재가 되면서 예방 차원에서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실종아동 문제를 위탁받고 있는 실종아동전문기관 관계자는 아이들이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기에 외국의 경우는 11살까지는 등하교를 함께 해야 하는 등의 규정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혼자 학교를 보낸다거나 혼자 학원에 다니게 하고 있어 물리적인 힘이 부족한 아이들은 강제적인 유괴나 납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는데다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아이들의 등하교까지 챙겨주기 어렵다는 것.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방과후 학교 등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는 있으나 이 역시 완벽한 대처 방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전문가들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실종아동전문기관 관계자 역시 "현실적인 방안을 만들어 내기 위해 협력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면서도 당장을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결국 현 상황에서의 예방 대책이라는 것은 유괴 방지 교육 시스템 강화 외에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마음을 갑갑하게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windfly@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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