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선택 따르면 우리도 행복한 삶"대중에 각인…
오바마 공개지지로 변화 꿈꾸는 표심 유인'검은 돌풍'중심에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미국 대선의 판도를 바꾼 사람은 완벽한 배경의 정치인이 아닌 미혼모의 딸로 어렵게 성장한 미혼 흑인 여성 한 사람이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한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지지자로 나서 상승세를 타던 힐러리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건 사람, 바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다. 그는 올해 초 "남성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여성을 배신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자신의 여성 팬들을 오바마의 유세장으로 끌어들였다.
1조원 이상을 보유한 미국 최고의 여성 갑부, 자신의 이름을 건 방송사 사장, 전세계 여성의 오피니언 리더…. '토크쇼의 여왕'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조차도 오프라 윈프리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여성, 흑인, 미혼 등 핸디캡을 극복하고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출판물만 수십여권에 달한다. '토크쇼의 신화' '미디어 거물' '위대한 인생' '특별한 지혜'로 표현되는 오프라는 유명인사를 뛰어넘어 하나의 브랜드, 메시지로 대중을 주무르고 있다.
▶오프라라는 브랜드
지난 10일(미국시간)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가 녹화되는 미국 시카고에는 오프라 전문상점이 문을 열었다. 오프라라는 브랜드를 단 '오프라 라벨 상품'을 파는 매장으로 입구에는 오프라를 상징하는 알파벳 O가 새겨진 커다란 간판이 세워져 있다. 상품의 종류에는 한계가 없다. 그가 직접 제작한 상품이 아니라 그의 스타일과 취향을 대변하는 상품이라면 무엇이든 판매대에 오른다. 현재 매장에는 오프라의 추천 책, CD, DVD부터 오프라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옷, 인테리어 소품까지 지구에서 팔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진열돼 있다.
'오프라 라벨'을 달 수 있는 조건은 딱 하나 '오프라가 좋아하는 것'이다. 전세계 여성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오프라가 입고 쓰고 먹는 모든 것은 곧 '대박상품'으로 떠오른다. 실제로 그가 자신의 토크쇼 '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즐겨 착용했던 알파벳 O 목걸이는 국내에서도 모조품이 나돌고 있을 정도. 매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자신의 토크쇼에서 '오프라가 가장 좋아하는 것(Oprah's favorite things)'을 선물하는 깜짝쇼는 각 기업의 애간장을 태우는 광고행사로도 알려져 있다. 오프라가 고르면 상품의 인기가 치솟기 때문. 지난해 말 '오프라가 좋아하는' 상품으로 LG전자의 냉장고, 삼성전자의 캠코더 등이 방송되자 LG전자와 삼성전자 홈페이지의 접속이 폭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토크쇼 코너 중 하나인 '오프라 북클럽'은 각 출판사 홍보담당자가 노리는 타깃이 된 지 오래다. "침대에서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잠도 못잤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읽으면 행복해지는 책"이라는 오프라의 친절한 소개에 폐지 처리장으로 넘겨질 뻔했던 책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다. 지난 2005년부터 현대작품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오프라가 침체된 미국 도서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북클럽에서 소개된 제임스 프레이의 논픽션 '백만개의 작은 조각들(A Million Little Pieces)'은 이후 책의 내용이 허위로 밝혀지기 전까지 순식간에 177만부나 팔려나가면서 2005년 도서판매 논픽션 부문 1위에 올랐고 전체 순위에서는
해리포터 시리즈 6탄(702만부)에 이어 2위에 랭크됐다.
▶오프라라는 드라마
오프라라는 이름만 대면 인기가 담보되는 이 같은 브랜드 파워는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에서 나온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어린시절 친척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등 불우한 삶을 산 미혼 흑인 여성이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은 그가 평범한 사람의 지지를 얻는 가장 큰 이유다. 예쁘지도 않고 뚱뚱하기까지 한 그가 쇼비즈니스계의 거물로 떠올랐다는 사실 역시 대중의 열광을 얻고 있다.
오프라 역시 지금껏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대중의 공감을 얻어 왔다. 예컨대 '오프라 윈프리 쇼'의 단골 소재인 어린이 성추행 문제, 다이어트 등은 모두 그가 직접 경험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성추행 피해를 겪은 소년소녀를 무대로 초대해 "나도 그런 일을 겪었지만 이렇게 성공했다"고 위로하는 오프라에게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 갑자기 날씬해진 몸매로 나타나 화제를 몰고 온 직후 토크쇼에서 자신의 트레이너와 함께하는 다이어트 이야기를 다룬 내용은 오프라쇼 최고의 인기 아이템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오프라 윈프리를 다룬 책 '오프라 윈프리-위대한 인생'의 저자 에바 일루즈 교수는 오프라의 성공신화를 '실패와 고통으로 승화된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라고 평했다.
오프라는 흑인이라는 약점까지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강조하면서 흑인 지지자를 얻어내는 식이다. 자신의 쇼에서 특집으로 방송됐던 '흑인 밀집 지역의 낙후성' 탐사 취재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난한 흑인 소녀를 위한 학교를 지어 장학금을 받으며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여자
넬슨 만델라'라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을 대변한다는 오프라의 철학은 그를 여성 연예인의 롤모델로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박경림
김미화 등 여성 진행자가 오프라 윈프리를 꿈꾼다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도 톱모델 출신의 진행자 타이라 뱅크스가 "오프라 윈프리와 같은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 '타이라쇼'를 맡고 있는 뱅크스는 오프라의 토크쇼와 대동소이한 주제를 갖고 비슷한 어투와 제스처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제2의 오프라'로 떠올랐다.
▶오프라라는 메시지 "당신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오프라 윈프리 쇼'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는 일루즈 교수는 오프라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예의, 평등, 공정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의, 평등, 공정함이 오프라의 인생철학이자 토크쇼 진행 원칙이라는 의미다. 자신의 쇼에 출연하는 범죄자부터 마약중독자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에게 오프라는 깍듯이 예의를 갖춰 대한다. 그러면서도 성형에 중독됐다는 출연자에게 "지금 전혀 예쁘지 않다"고 면전에서 말할 수 있는 냉철함도 지녔다. 그의 비판 기준은 일반의 상식에 걸맞은 공정함. 거기에 소수자로서 평생을 살아온 그인 만큼
트렌스젠더 여성 등 비주류 계층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토크쇼에 초청해 만인이 행복한 평등사회를 주장하는 것이 오프라의 주요 콘셉트다.
이 같은 가치를 통해 오프라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바로 행복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운영하는 여성 정보 사이트 오프라닷컴(www.oprah.com)의 슬로건은 '최고의 삶을 살아라(Live Your Best Life)'.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이 오프라가 추구하는 목표인 셈이다. 그는 매년 개최하는 특집쇼에서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시청자의 소박한 소망을 들어주며 "기적은 있다"고 설파한다. 그가 자신의 쇼를 통해 '나처럼' 날씬해지고, 예뻐지고, 교양을 갖추고, 건강해지고, 돈을 모으자는 강의를 해오면서 오프라는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의 상징이 되었다.
'변화'를 내건 오바마가 오프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유 역시 이 같은 '행복 메시지'에 있다. 오프라가 오바마를 '영감을 주는 리더'라고 칭하면서 "내 안의 진실이 나를 오바마에게로 인도했다"고 한 연설은 '오바마를 선택하면 행복이 담보된다'는 무언의 암시로 작용한다는 것이 미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보통사람보다 한 발 먼저 행복한 삶에 도달한 오프라의 선택에서 대중은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있다.
김하나 기자(han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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