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생동성, 그 위에 '성분명 처방'

2008. 3. 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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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현직 약대 교수의 생동성 조작 파문, 의협의 생동성 의혹 제약사 명단 공개논란으로 오리지널과 제네릭(복제약) 간 효능을 입증하는 생동성(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신뢰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확대와 관련해 의약품 성분명 처방의 근간이 되는 생동성시험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성분명 처방이란 오리지널과 동등한 약효를 가진 제네릭 사용을 유도해, 환자에게는 저렴한 약을 사용해 약제비를 절감하고, 정부 역시 비싼 오리지널 보다는 저렴한 제네릭 사용을 장려해 건강보험의 약제비 비중을 낮춘다는 취지로 지난해 9월부터 국립의료원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성분명 처방이 정립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오리지널과 제네릭 사이의 약효가 '동등하다'라고 입증돼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생동성시험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

◇ 생동성시험의 신뢰도는 몇점?

오리지널과 같은 성분으로 조제한 제네릭은 오리지널과의 약효 동등성 즉 생동성만 입증하면 오리지널과 달리 간단한 절차로 시판해 판매 할 수 있다.

생동성시험이란 약효 발현 단계 중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흡수'정도의 유사성을 간접 지표인 혈중 농도를 비교해, 약물 흡수 정도가 같으면 복제약인 제네릭과 오리지널의 약효가 같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2006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정부의 생동성시험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체적으로 생동성시험을 재검증해 5개 생동 품목 중 3개 품목의 생동성이 동등하지 않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의협은 A사의 복제약 항진균제는 약효가 오리지널의 5~35% 수준으로 '밀가루'약이며, B사의 복제약 고혈압치료제는 최고 131%의 과다 효능이 드러나는 등 3개 품목이 부적합으로 나타났는데도 정작 정부의 생동성시험을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현직 약대교수의 생동성조작 파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동성시험이 엄격한 관리규정에 따라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생동성 조작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생동성 조작이 이뤄지고 있는지 그 여부조차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식약청의 시스템 역시 비판받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생동성시험을 관리감독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실태파악을 위한 채널조차 마련하지 않은 식약청의 책임은 결코 적지 않다.

◇ 오리지널 = 제네릭, 약효 동등?

원료가 같으면 효과가 같을까.

환자가 약을 복용한 뒤 의사가 기대하는 약효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5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약이 흡수되기 위해 위에서 잘게 부숴지고, 적당하게 녹는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 다음 위에서 녹은 약이 위 점막을 통해 전신혈로 흡수해 약이 필요한 체내 기관이나 조직에 잘 도달 되도록 분포돼야 한다. 이후 '폭로 - 반응' 관계에 따른 작용 발현 과정을 거쳐야 '적합한' 약효가 발현된다.

앞서 말했듯이 생동성시험은 이들 약효 발현과정 중 3번째 단계인 흡수과정을 검사한 것으로 약효가 오리지널 비슷한 수준으로 흡수됐다면, 약효가 동등할 것으로 판단한다.

식약청을 신뢰한다면 정상적으로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오리지널 과 제네릭의 약효는 100% 동등해야한다. 같은 성분으로 만든 약의 흡수가 동등하게 이뤄졌고, 이를 입증한 것이 바로 생동성시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선에서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효의 동등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과 이은주 교수는 "약에 따라 다르다"라고 전제하면서, "실제 환자에게 약을 처방 시 오리지널과 제네릭간의 약효 차이도 있지만 생동성이 입증된 제네릭과 제네릭 간의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의 흡수가 동등하다고 인정되면, 당연히 오리지널과 제네릭사이의 동등성이 입증된 제네릭과 제네릭 사이의 동등성도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러한 기대에 대해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물론 제네릭과 제네릭 사이에서의 약효 발현은 전혀 다르다고 한다. 또 현재 시범사업으로 성분명 처방을 시행중인 국립의료원에서 처방전을 받은 환자 역시 제네릭에 대해 부정적이다.

만성위염으로 외래진료를 받은 김모(42세)씨는 "저렴한 약을 선택할 수 있다고해서 성분명 처방을 받았다"며 "약국에서 약을 선택했다가 전에 처방받은 약에 비해 효과가 없어 다시 병원에 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경과시간에 따른 약효지속성 역시 문제다.

예를 들어 고혈압약, 항암제, 항생제처럼 약물 흡수 정도는 물론 시간에 따른 흡수정도가 질병을 치료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되는 약일 경우, 생동성시험에서는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바이엘 헬스케어는 지난 1월 '임상 치료학'에 게재된 논문을 근거로, 성분이 동일한 니페디핀으로 만들어진 오리지널과 제네릭 사이의 약효 동등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바이엘 관계자는 "고혈압약은 약효가 꾸준이 지속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오리지널인 '아다라트오로스'는 약효가 꾸준히 지속된 반면, '아다라트오로스'와 동일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네릭은 약효가 일정하게 지속되지 않고 약물이 과다하게 방출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위장의 전체적인 PH 범위에서의 실험실적 용해 실험에서도 오리지널은 PH와 상관없이 약효가 일정하게 지속된 반면, 제네릭은 PH 농도가 4.5일 때 가장 많이 방출되고, PH 농도가 8일 경우 방출이 가장 안돼 개개인의 위산 농도에 따라서 약효에 큰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는 생동성시험을 통과하면 오리지널과 제네릭간의 약효가 동등하며, 제네릭과 제네릭 사이의 약효도 당연히 동등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식약청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셈이다.

◇ 의사도 환자도 안믿는 제네릭 약효

문제는 이같은 생동성 시험과 제네릭에 대한 불신이 당장 성분명처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복지부가 약제비 절감을 위해 적극 추진중인 의약품 성분명 사업은 우선 생동성시험의 신뢰성을 토대로 추진돼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의협 관계자는 "생동성 시험의 약효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현 제도의 생동성에서는 입증하기 힘든 면이 많다"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생동성 시험을 임상시험의 또 다른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리지널 제품을 보유한 바이엘-쉐링의 정현정 아다라트오로스 담당자도 "최근 연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생동성시험은 오리지널과 제네릭 사이의 약효 동등성을 입증하기에는 어렵다"며 "약효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생동성시험보다 엄격하게 제네릭도 오리지널과 유사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6월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중인 성분명 처방이 종료된 뒤 하반기에 실시될 평가작업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된다면 성분명처방이 확대실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문가들은 성분명 처방이 확실하게 정립되기 위해서는 제도의 근간이 되는 생동성시험의 신뢰성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문하고 있다.

권선미 기자 sun3005@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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