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천주교·개신교도 '생명의 강 지키기'

입력 2010. 7. 22. 10:40 수정 2010. 7. 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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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종단 떠나 종교인들 "4대강 사업 절대 반대"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것은 단순하게 생명을 살리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생명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자 아름다움을 찾는 일입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정확하게 만나는 지점인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에서 7월 15일 천주교 의정부교구 조해인 신부의 집전으로 생명평화 미사가 열렸다. 벌써 149일째다. 천주교 신자와 양수리 인근 지역에 의료봉사를 나온 한의대 동아리 학생 8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조 신부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눈앞으로 흐르는 두 강에서 눈을 맞췄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생명을 지키자는 조 신부의 기도와 신자들의 마음이 두물머리 위로 흘렀다.

두물머리는 유기농 농지가 조성된 곳이다. 딸기, 오이, 호박 등 각종 유기농 과일과 채소가 재배된다. 1년에 12만명이 이곳을 찾아 농촌문화를 체험하기도 한다. 두물머리는 인근 진중리, 송촌리와 함께 '팔당 유기농 단지'로 불린다. 그러나 팔당 유기농 단지는 4대강 사업 예정 지역이다. 정부는 이곳에 '한강1공구'라 이름을 붙여 놨다. 이제 유기농 단지는 자전거 도로와 공원 등 위락시설 아래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팔당 유기농 단지를 지키는 종교인들

11년째 두물머리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노태환씨(47)는 "1년 넘게 싸우고 있는데 힘이 너무 힘이 든다"면서도 "그나마 천주교 신부님들이 매일같이 미사를 드리면서 함께 싸워줘서 감사하고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천주교연대)'는 지난 2월 17일부터 두물머리에서 생명평화 미사를 올린다. 매일 수십 명의 신자들이 미사에 참여한다. 6월 10일에는 경기도청 앞에서 사제들이 삭발식을 갖고 릴레이 1인 침묵시위를 시작했다. 팔당 유기농 단지 보존 및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해 사제와 신자들이 앞장 서는 것이다. 15일 미사를 집전한 조해인 신부는 "생명을 지키는 것은 종교적으로 당연한 이치"라면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멈추고 주민과 국민의 말을 들을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두물머리 북쪽에 위치한 남양주 송촌리 용진교회 인근. 이곳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자들이 6월 8일부터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릴레이 금식 기도회를 시작했다. 목회자들은 2월 17일부터 6월 2일까지 103일 동안 금식기도회를 가졌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다시 금식기도회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4대강 사업이 멈출 때까지 '무기한' 릴레이 단식기도회다.

기자가 단식기도회 현장을 찾은 7월 15일에는 명동 향린교회 임보라 목사가 금식 중이었다. 임 목사는 북한강이 바로 앞으로 내려다보이는 폐건물 2층에 마련된 텐트에서 성경을 읽고 있었다. 임 목사는 강 주변에서 살아 숨쉬는 생명을 바라보자니 희망과 절망감이 동시에 차오른다며 입을 열었다.

"나 혼자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절망감과 부단히 숨쉬는 강가 생명체의 모습에서 희망을 느낀다." 임 목사가 4대강 사업 지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목사를 이곳으로 이끈 것은 생명을 지키라는 종교적 양심이다.

임 목사는 "종단은 다르지만 문수 스님께서 소신공양으로 뜻을 알렸고, 수경 스님도 행동으로 4대강 반대의 뜻을 알리지 않았느냐"면서 "종교인으로서 생명을 지키는 것은 기본적인 양심"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종교계는 환경단체 못지않게 4대강 사업 반대에 가장 활발하고 지속적으로 행동한다. 각 종단을 떠나 종교인들은 공통적으로 "4대강 사업은 생명평화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종교인들은 종단을 넘어 서로 협력하거나 독자적으로 4대강 사업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4대강 사업 지역에서 반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 8일 조계종 소속 스님 4812명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 선언'을 발표했다. 절반에 가까운 스님이 한목소리로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불교계 못지않게 천주교와 개신교도 꾸준하다. 가톨릭 전체를 대표하는 공식 기구인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3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 입장을 발표했다. 조계종 스님의 생명평화 선언처럼 종단을 대표하는 기구에서 정부 사업에 대한 반대의사를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개신교 역시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행동'과 각 종파가 기도회나 순례활동 등을 통해 분명히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맹주형 4대강사업반대 천주교연대 집행위원은 "어느 종단이든 생명가치에 대한 생각은 같다"면서 "4대강 사업 저지에 종단 전체의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 첫째 주에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실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동안 세 차례 있은 4대 종단 기도회를 또 한 번 열기 위한 자리였다. 종교계가 꾸준히 4대강 사업 반대를 외쳤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다시 한 번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맹 위원은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서울광장에서 모여 9월께 4대 종단 사제와 신자들이 함께 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9월에 4대 종단 기도회가 열릴 예정

양재성 4대강지키기 기독교행동 공동집행위원장도 "일단 기도회를 갖자는 것에는 모두 동의했다"면서 "기도회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생명을 얼마나 함부로 대했는지, 폭력적이었는지 참회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더불어 정부와 이들을 돕는 기업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종교계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때론 독자적으로, 때론 연계해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나 종교인으로서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부담이기도 했다. 종교계의 4대강 반대 활동을 두고 정부와 보수언론, 심지어 같은 종단 안에서도 "종교인의 정치화"라는 목소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맹 위원은 "같은 종교라 하더라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 "그것은 종교적 판단이 아니라 세속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서와 종교적 양심을 근본으로 생각한다면 종교인으로서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4대강 사업이란 의미다.

양 위원장도 같은 입장이었다. 양 위원장은 "모든 종교의 중심은 생명인데 정부가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종교인이 나서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정치가 종교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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