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우리도 한국영화 보고 싶다"..왜?

박용하 기자 입력 2012. 4. 22. 12:33 수정 2012. 4. 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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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는 빨간 고깔모자를 쓴 독특한 차림의 1인 시위자가 등장했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의 김찬희 활동가다. 장추련은 지난달 5일부터 매일 낮 12시 이곳에서 장애인들의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장애인들이 참가해 100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대전·대구·제주 등 지역 도시들에서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장애인도 한국영화를 보고 싶다"는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많은 청각장애인들은 한국영화를 보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외국영화는 자막이 나오기 때문에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내용을 알 수 없지만,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장애인을 위한 자막서비스를 따로 하지 않기에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지난해 영화 '도가니'가 흥행했을때 정작 청각장애인들은 영화를 볼 수 없었다. 청각장애인들은 이 문제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한 농아인은 대종상영화제 당시 레드카펫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찬희 활동가가 지난 19일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용하 기자영화를 즐기기 힘든 것은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시각장애인들은 배우의 대사를 들을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영화 전체내용을 파악하기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화면 속 상황과 배우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화면해설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의 많은 영화관들은 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러 가도 좌석 배치의 문제가 있다. 보통 상영관 안에서 휠체어의 접근이 가능한 곳은 좌석 맨 앞과 맨 뒷자리뿐이다. 일반인들은 좌석이 없을 때 불가피하게 이 곳을 선택하지만, 지체장애인들은 우선적으로 이곳에 앉아야 한다.

특히 맨 앞자리에 앉아야 할 때가 많다. 2~3시간동안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영화를 보면 목도 아프고, 멀미가 밀려온다.

현재 법은 장애인들의 영화관람권을 보장토록 하고 있다. 200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인이 일반인과 동등하게 제작물 또는 서비스를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폐쇄자막(음성, 오디오 신호를 TV화면에 자막으로 표시하는 서비스), 수화통역, 화면해설 등 장애인 시청 편의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이들 조항은 2015년 4월 11일부터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관에만 적용된다.

때문에 장추련을 비롯한 20여개 단체들은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행시기를 2013년으로 앞당기고, 300석 이상으로 규정된 규모 제한을 없애는 게 목표다. 영화관 내 환경개선도 논의하고 있다.

김찬희 활동가는 "최근 팟캐스트 '나는꼼수다'가 크게 유행했는데, 장애인들은 들을 수 없어 그 문화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며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다. 종종 사회적 이슈가 되지만, 이를 보기 힘든 장애인들은 얘기할 때 소외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김 활동가는 "그나마 최근에는 장애인들의 영화관람권이 확보되는 움직임이 나타나 다행"이라며 "한 청각장애인 분은 자신이 영화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영화를 보면 자신의 장애가 장애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더라. 올해 영화관람권을 위한 법이 개정돼 내년부터 의무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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