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시한 안에 합의를 하지 못하는 일이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법정시한을 사흘이나 넘긴 데 이어 올해도 지지부진한 논의 속에 지난 29일 자정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해 회의를 연기했다.
이는 노사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마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9명은 29일 오후 10시30분 현행 시급 4320원보다 최저 2.9%, 최고 10.9% 범위에서 노사가 양보안을 제시하라는 '중재안'을 내놨다. 법정시한을 1시간30분 앞둔 시간이었다. 이에 민주노총이 반발해 퇴장하면서 회의는 30일로 연기됐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 운영에 항의하며 이날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이 늦어진 것은 공익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공익위원은 "노사 간의 격차가 20%를 넘는 상황에서 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해 노사가 수정안을 낼 구간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서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물가인상률(한국은행 3.9%)에서 1%포인트를 삭감하고 경영계가 두 자릿수 인상은 절대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9.9%)에서 1%포인트를 인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논의가 매년 지지부진하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시한 금액에서 흥정하듯 이뤄지는 것은 합리적 기준이 없는 내부 논의구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4조에는 생계비, 유사근로자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논의과정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경영계는 동결안 또는 1% 이내의 인상안을 내고, 노동계는 평균 노동자 임금의 50%를 주장하며 맞서 똑같은 논의가 매년 처음부터 반복되는 것이다.
내부에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익위원은 "80~90%는 소모적 논쟁이고 비생산적"이라며 "법에 정해진 생계비, 유사근로자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합리적 범위를 마련하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의 '막무가내식'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재계에서 최소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액수를 제시해야 하는데 해마다 인상률 0%에서 논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공익위원의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현재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공익위원이 정부와 경영계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중재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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