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환자 모습 그대로..간염 광고 '논란'

김길원 입력 2011. 3. 28. 06:15 수정 2011. 3. 2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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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회 "환자들 절망할 것" VS 대한간학회 "인식개선에 도움"

"질병 공익광고 기준에 대한 논의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대한간학회가 B형간염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말기 간질환 환자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한 TV광고를 제작.방영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8일 의료계와 환우회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방영을 시작한 문제의 TV광고는 B형간염 보유자가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간과하다 황달, 복수 등의 B형간염 합병증으로 악화하는 상황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또 정기검진과 치료를 통해 다시 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환자들에게 정기검진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우선의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B형간염이 수직감염 등의 원인으로 악화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광고 속에 그려진 환자의 모습은 환자의 부주의로 질환이 나빠지는 모습만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열심히 B형 간염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좌절감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간질환 환자들의 모임인 간사랑 동우회 등에는 "아이들이 수직감염인데 우리 아이가 이 광고를 보고 절망할까 겁난다"(ID 아이엄마), "눈은 노랗고 배는 불룩하게 표현한 광고에 환자에게 더 편견을 갖게 될지 걱정스럽다"(ID 다다), "광고를 보고 내가 곧바로 죽을 사람 같았다. 식은땀이 났다"(ID 미안해) 등의 비판글과 광고를 중단해달라는 요청이 올라와 있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총무는 "어떤 질병도 말기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캠페인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홈페이지 방문자 수와 인터넷 검색 등을 봤을 때는 이번 공익광고가 충격만 줬을 뿐 인식개선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간학회는 대국민 홍보가 환자들에게 심적 부담을 줄 수는 있지만, 공익광고를 통해 간경변증과 간암의 위험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인 만큼 이를 이해해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학회측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복수가 찬' 환자의 근접촬영 장면을 멀리서 잡은 화면으로 교체 편집해 방송하고 있다.

배시현 교수(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는 "앞으로도 대한간학회는 만성간염에 의한 간암예방을 위해 B형간염 백신과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며 "일부 편집을 다시 했지만 광고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망원인통계치를 보면 한국인 10만명당 22.6명이 간암으로 사망한다. 이는 폐암(10만명당 30명)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로 간 질환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따라서 광고가 다소 자극적일지라도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학회의 판단인 셈이다.

학회 유병철 이사장은 "TV광고를 통해 B형 간염의 위험성 및 정기 검진을 통한 예방의 중요성을 대중들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소 6개월마다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기검진을 받으면 만성B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학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광고는 특정질환을 주제로 삼은 보기 드문 공익광고이긴 하지만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사례를 계기로 공익과 환자의 인권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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