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징수 독촉..빈주머니 쥐어짤 판

2010. 3. 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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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건보공단, 재정악화 정부탓 큰데 저소득층에 부담 떠넘기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형근)이 최근 "올해 1조8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비상경영을 선포한 데 대해, 적자의 원인은 제쳐둔 채 저소득층의 고통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단은 비상경영으로 올해 5000억원의 재정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비상경영의 핵심은 징수율 제고다. 건보료 징수율을 애초 97.7%에서 98.2%로 0.5%포인트 올려 약 3000억원을 더 걷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단은 6개 지역본부, 178개 지사, 부서·개인 사이의 경쟁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고 1·2급 등 고위직도 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직으로 보내겠다는 생각이다. 건보료 징수율은 지금도 해마다 평균 97~98%에 이르기 때문에, 징수율을 더 높이려면 생계 문제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체납자들을 상대로 독촉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단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판규 건강보험직장노조 위원장은 "징수율을 올리면 수많은 차상위계층의 눈물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공노조 사회보험지부 김동중 지부장도 "97.7%의 징수율도 사실상 '완전 징수율'로 볼 수 있다"며 "실직자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징수율을 또 올린다면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이 나빠지는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큰데도, 공단이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정부 예산으로 하던 차상위계층(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 희귀난치성 질환자 등 의료급여 대상자 23만8000명에 대한 지원을 재정 부담을 이유로 건강보험으로 떠넘겼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1년에 6600억원 투입된다. 정부가 지원하는 의료급여 대상자는 2007년 185만명에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는 184만명, 지난해에는 167만명으로 줄었다.

또 정부가 2002~2009년 법이 정한 액수보다 덜 지급한 건강보험 지원 규모도 4조2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라 전체 건강보험 수입의 20%를 공단에 지원하게 돼 있지만, 해마다 많게는 8500억원가량을 덜 줬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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