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못내는 빈곤층 '의료 사각'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이모씨(64)는 1년 전 길 가다 넘어져 쇄골을 다쳤다. 그러나 무료진료소에서 진통제만 받았을 뿐 병원은 엄두도 못냈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근로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씨는 일이 없을 때는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었다. 4년 전부터 체납된 금액만 60여만원에 달해 달리 수입이 없는 이씨로서는 갚을 길이 막막했다.
과도한 부채로 파산한 뒤 대전에서 노점상을 하는 최모씨는 계속 건강보험 체납료 46만원의 독촉장을 받고 있다. 도시가스·전기요금도 내지 못하는 그에게 46만원은 갚기 어려운 큰돈이다. 최씨는 "보험적용이 안 돼 장애 1급인 어머니의 병원 치료도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1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사각지대건강권보장연대는 22일 건강보험 체납으로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체납료 결손처분을 요구하는 집단민원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보장연대 측은 "건강보험 체납자 200만가구 중 95%는 연 소득 1000만원 미만인 빈곤층"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기준이 너무 높아 결손처분 혜택을 받은 빈곤층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보장연대는 150여명이 신청한 집단민원을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민원 신청을 낸 이들 중에는 사업이 어려워져 건강보험료를 체납했다가 통장이 가압류돼 자녀의 급식비조차 못 낸 사례도 있고, 방값을 빼면 월 생활비 11만원으로 버티는 기초생활수급자임에도 수급자가 되기 전에 체납한 건강보험료를 독촉받는 경우도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성남희 사무국장은 "생계형 체납자인데도 건강보험료를 받기 위해 재산을 가압류하는 등 국가가 고리대금업자처럼 빈곤층을 옥죄고 있다"며 "2005년과 2008년 건강보험체납금 결손처분이 대거 이뤄진 전례가 있는 만큼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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