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병원 무료예방접종 물건너 가나..국회vs복지부 "서로 네 탓"

이두영 2006. 12. 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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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내년 7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던 병원 무료예방접종 사업이 2008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에서 관련 사업예산을 삭감키로 잠정 합의했기 때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2일 내년도 국가예방접종관리사업 예산 680억원 중 병원 무료예방접종분 458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동네병원에서도 만6세 이하 아동에게 무료예방접종을 실시하려던 정부 계획도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복지부는 당초 "내년부터 실시되는 병의원 예방접종비 지원을 만6세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국가필수예방접종(11종 전염병, 7종 예방접종백신)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일반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병의원에서는 자비를 부담해야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병원 무료예방접종이 시행되면 현행 70%에 머물고 있는 예방접종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약 45만8000원씩 부담했던 가계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염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왜 이렇게 됐나=병원 무료예방접종 예산은 '삭감→감액대상 제외→삭감'을 반복할 정도로 국회 예산심사 내내 논란이 됐다. 이 사업이 애초부터 담뱃값 인상을 통해 확보될 건강증진기금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담뱃값 500원 인상안이 국회에서 사실상 부결되면서 이를 전제로 짰던 내년도 복지부 예산과 사업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건강보험료 인상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6.5%로 결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담뱃값 인상 실패로)내년에 7600억원의 건강증진기금 부족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예산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며 "6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예방접종 예산도 700억원이 편성됐지만 500억원을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복지부 장관의 입장과 상관없이 국회 보건복지위는 병원 무료예방접종 예산을 감액 대상에서 제외했다.

무료접종 실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감안했다는 게 이유다. 대신 내년부터 새로 시작되는 ▲독거노인 도우미 파견(412억원) ▲노인돌보미 바우처(390억원) ▲지역복지서비스 혁신사업(969억원) ▲보건소 방문보건사업(154억원) 등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예산을 보류사업으로 분류, 우선 삭감대상에 올려놨다.

문제는 내년도 전체 예산안 158조원(일반회계 기준)의 삭감규모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복지부 소관 예산도 추가 삭감이 필요해지자, 복지부측이 우선 삭감대상으로 병원 무료예방접종 사업을 내놓은 것이다.

◇뜨거운 책임공방=국회와 복지부는 병원 무료예방접종 예산 삭감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유시민 장관과 보건복지위 의원 간에는 예산심사 과정에서 일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담뱃값 미인상으로 7674억원의 누수가 생긴만큼 일부 사업의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게 유 장관의 일관된 입장이다. 여기에는 국회에서 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면 그에 따른 예산문제도 함께 고민해줘야 하는데 정작 담뱃값 인상에는 '나몰라라' 했다는 섭섭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복지위 의원 중 상당수는 정부가 무료예방접종 사업에 대한 정책의지를 가지고 예산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전염병예방법 개정을 대표발의했던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21일 "국회의 입법 취지에 따라 집행을 책임져야할 보건복지부의 최고 책임자인 유시민 장관이 본 사업의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예결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병호 의원측은 이와 관련, "담뱃값 인상을 전제로 짠 복지부 예산안부터가 잘못됐다"면서 "결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해 못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2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연대회의의 유혜원 정책부장은 "첫 단추부터 잘 못 껴진 결과"라면서 "분명한 예산확보 계획도 없이 우선 사업부터 추진하고 보는 현 예산편성시스템 때문에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병원 무료예방접종 사업은 예산 삭감여부와 관계없이 실무팀인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팀에서 수가협상, 사업 세부절차 확정, 관련자 교육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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