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횡포에 입원할 환자 '죽을 맛'

2008. 8. 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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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으면 입원도 못해" … 보증인 세우고 약정서까지 써야

[쿠키 건강] 이 모씨는 최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고열이 발생한 동생 때문에 병원을 찾은 이 씨는 부동산 연대보증인을 세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절당했다. 전세를 살고 있는 이 씨가 병원을 찾아간 시간은 새벽2시. 연대보증인을 세우기엔 거의 불가능한 시간대였다. 이 씨는 시간적인 상황을 고려해 입원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사정했으나 병원 측은 "지금 연대보증인을 세워야 입원 수속을 밟을 수 있다"며 "그렇게 해도 입원실은 날이 밝은 9시 정도에나 가능하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병원 "보증인 없으면 입원료 선불로 내야"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어머니의 병세 때문에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유 모씨 역시 이 병원의 횡포에 분통을 터뜨렸다. 중증환자인 어머니를 빨리 입원시키고 싶었던 유 씨에 대해 병원 측은 입원약정서를 통해 금융기관 신용정보를 조회하고 계속해서 자가 소유의 집주소를 되물었다.

입원환자에 대한 병원의 횡포는 이뿐만 아니다. 심지어 연대보증인이 없는 환자에게 입원보증금까지 요구하는 병원도 있다.최근 미국에서 이민을 온 김씨는 "부모님뿐 아니라 친척들까지 미국에서 살고 있어 연대보증인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호소하자 Y대학병원은 선불로 입원료를 지불하라고 권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입원환자가 입원료 지불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신용정보 동의 등을 포함한 입원약정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일축했다.

이 병원에 입원할 경우 연대보증인의 자격 요건은 ▲자가 소유의 집이 있거나 ▲재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등이다.

시민단체 "치료 거부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

시민단체는 의료급여 수급자 외에도 병의원이 입원보증금이나 연대보증인을 강요하는 등 이처럼 입원환자 자격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엄연한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원환자의 경우 추가적인 진료가 필요한 만큼 입원환자에 대해 일정한 자격요건을 두고 가려받는 것은 진료거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의료법 제15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는 "환자에게 입원료 선납을 요구하거나 입원약정서 작성시 연대보증인을 세울 것을 강요하는 것은 의료이용의 접근성을 막는 것으로 돈 있는 사람만 치료해주겠다는 식은 치료 및 입원 거부로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주호 실장도 "입원시 환자에게 이렇게까지 요구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노조 소속 병원을 집중 조사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입원보증금' 청구 금지 … 복지부, 단속 안하고 뭐했나?

이처럼 부동산 소유 확인 및 입원보증금을 요구하는 등 대형병원의 횡포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22조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령이 정하는 요양급여사항 또는 비급여사항외의 입원보증금 등 다른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규정을 위반한 병의원은 단 한 곳도 적발되지 않았다.

또 현행법상 병원이 연대보증인을 강제로 세우는 것에 대한 금지규정이 없다.

특히 복지부가 해마다 의료기관 평가를 하고 있지만 입원보증금 및 연대보증인 관련 항목은 입원환자에 대한 서비스 부분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국민건강보험법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해석상 급여 및 비급여항목 외의 입원보증금을 요구한 것만 해당되기 때문에 처벌할 규정이 없다"며 "이런 일로 진료를 거부할 경우 전후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진료거부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희수 기자 he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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