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병원비 폭탄' 벗어날 길 찾는다

정유미 기자 2010. 9. 7. 12: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년전 유방암 진단을 받은 김순자 할머니(74)는 올해 암환자 산정특례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평생 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딸(34)을 시집 보낼 때까지만 해도 행복했다. 김할머니는 그러나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더이상 채소를 팔 수 없었고 몇푼 안되는 적금까지 병원비로 모두 날렸다. 당장 먹고 살 형편이 되지 않아 딸 집에서 암투병을 한 지 6년 째. 혹시 모를 암검사(PET) 등을 받는데 1년에 150만원 정도 들었지만 '암환자 5% 산정특례' 덕분에 연 7만~8만원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허락치 않게 되자 김할머니는 아예 병원가기를 포기했다. 김할머니는 "한 달에 200만원 버는 사위에게 얹혀사는 것도 미안한데 어떻게 앞으로 60~80만이 넘는 치료비까지 달라고 하냐"면서 "이젠 암이고 뭐고 정말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암환자들이 병원비 걱정없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1만명 '풀뿌리' 문자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7일 백혈병환우회 등 6개 단체는 환자중심의 보건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암환자 산정특례제도 리콜 청원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암환자산정 특례란 암확진을 받은 뒤 건강보험공단에 등록하면 5년간 병원비의 5~10%만 본인이 부담하는 제도다. 그러나 9월1일부터는 5년이 지나 암투병중이 아니면 특례대상에서 제외돼 일반 환자처럼 병원비(검사비·합병증 치료비 포함)의 30~60%를 내야 한다.

하지만 암환자들은 정부가 서민들을 병원비 폭탄에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잘못된 정책을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암환자들은 5년간 암이 완치된 것처럼 보여도 혹시 모를 재발과 전이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고가의 검사를 수시로 받아야 한다. 또 항암치료 과정에서 폐·위·기관지 등 합병증 치료와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특히 5년을 투병할 경우 재취업률은 절반에도 못 미쳐 대부분 가족수입에 의존해 생활비와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백혈병환우회 안기종대표는 "2005년 암환자 등록 후 5년이 경과된 21만여 명이 건강보험 외래 병원비를 지난 1일부터 기존 5%에서 60%까지 12배나 더 내고 있다"면서 "서민을 위한다는 이명박정부가 이미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암환자와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검사조차 허용하지 않아 암환자의 건강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환자들은 5년 경과 후에도 암재발 위험이 높아 의료진이 추적검사가 필요하다고 판정한 경우, 암 합병증으로 치료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특례를 유지해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은 5년 경과후 잔존 또는 전이암이 있어야만 총 병원비의 5~10%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문자서명운동에는 백혈병환우회, 암시민연대, 신장암환우회, 뇌종양 환우회 등 6곳이 참여하고 있다. 환자들이 휴대폰으로 문자 서명운동을 공동 전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장암환우회 백진영대표는 "환자들이 더이상 절름발이 보건의료제도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 스스로 제대로 된 보건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설 것"이라면서 "암환자들이 병원비 걱정없이 치료에 전념하고 사회에 온전히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에 당당히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암환자는 지난해 말 기준 109만명이 등록돼 있다.

<문자 서명운동 참여방법>

1. 휴대폰 문자로 거주지역과 이름, 서명댓글을 쓴다. (예: 인천서구/홍길동/서명 동참합니다)

2. 문자는 한글 40자(80byte) 이내로 작성한다.

3. 문자를 013-3366-5589로 전송한다.

4. www.hamggae.net에서 서명확인을 한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