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노조 확대 방지" 홈플러스 수상한 메시지

김지환 기자 2015. 10. 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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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대응" 등 매각 앞두고 부당노동행위 포착해당 임원 "기억 안나"..조합원에 잘못 보낸 듯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키로 한 홈플러스가 매각 과정에서 노동조합 조직 확대 방지활동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우려한 노조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30일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이모 홈플러스 영업인사본부장은 지난 8월5일 노조 조합원에게 “변호사님. 작일(어제) 7월 노조 체크오프(조합비 일괄공제를 위한 조합원 명단 통보)했는데 70명 신규 가입하고 44명 탈퇴했다”며 “엄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팀장들과 ER매니저들(노무관리팀원) 수고 덕분에 조합 확대 방지하고 축소한 것 같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홈플러스의 법률 자문을 김앤장이 맡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본부장이 김앤장 변호사에게 보낼 메시지를 조합원에게 잘못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본부장은 또 “8월17일 기준으로 총파업, 부분 파업, 태업 등이 예상되고 있다”며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일희는 하되 일비하진 않을 생각”이라고 적었다.

홈플러스 간부가 보낸 카톡 메시지.

홈플러스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는 지난 7일 7조2000억원을 받고 홈플러스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그간 사모펀드로의 매각 시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해 매각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본사뿐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부당노동행위 정황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부산 아시아드점 김모 파트장은 지난 7월2일 본사에 보낸 e메일에서 “우군화 작업이 시급하다. 간단하게 소주라도 하면서 담소를 나누려면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개인돈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경비를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매각을 앞두고 여론전에 필요한 비용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김 파트장은 지난 18일 조합원들이 고객·직원들에게 매각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불법 유인물 나눠주지 마세요”라는 발언을 계속하며 조합활동을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6월에도 노조의 현장순회를 따라다녀 물의를 빚었다. 홈플러스 노조 아시아드지부는 최근 김 파트장 등의 행위를 문제 삼아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은수미 의원은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위해 애쓰기는커녕 매각 과정에서 벌어지는 노조의 움직임을 통제하기에 급급했던 홈플러스의 부당노동행위를 고용노동부는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이 본부장에게 확인해본 결과 본인이 해당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노조는 “이 본부장이 메시지를 받은 조합원에게 전화를 해 지워달라고 사정사정을 했다”며 “회사의 해명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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