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강사 66% "육아휴직 때 계약 해지"
▲ “학교선 아파도 이해 안 해줘”
“부당한 상황 항의” 12% 불과
‘특수고용자 신분’ 걸림돌 꼽아
“임신을 했다고 교감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몇 개월인지 묻더라고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시더니 왜 말을 안 했느냐고 하더라고요. 진작 말했으면 저를 안 뽑았을 거래요. 너무 서러워 집에서 남편 몰래 펑펑 울었어요. 결국 그만뒀어요. 출산 장려한다더니 다 거짓말이에요.”(광주 방과후학교 미술강사 ㄱ씨)
“아프거나 개인적 사정이 생겼을 경우 이해를 못하는 학교들이 있어요. 깁스하고 쩔뚝거리며 수업에 나가기도 했어요.”(서울 방과후학교 체육강사 ㄴ씨)
전국방과후강사권익실현센터(이하 권익실현센터)가 작성한 ‘방과후강사의 근로실태와 제도개선방향’ 실태조사 보고서에 등장하는 사례들이다. 권익실현센터는 지난 3월~7월까지 전국 방과후학교 강사 700여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20년 전인 1995년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처음 도입된 이후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근로조건 실태조사가 진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설문 결과 대다수의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동료 사례를 포함해 육아휴직 신청 시 어떤 과정을 겪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응답자 672명 가운데 66%가 근로계약이 종료됐다고 답했다. 유급휴가를 받은 경우는 7명에 불과했다. 병가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1명이 채 되지 않았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이처럼 열악한 근로조건의 가장 큰 원인으로 ‘특수고용자 신분’을 꼽았다. 김경희 권익실현센터 전국대표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강사 관련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13만명에 달하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학교장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계약하거나 위탁업체를 통해 고용된다. 불안정한 신분 탓에 대부분의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해도 참고 지낼 수밖에 없다. 설문에 참여한 강사의 65%가 직장에서 차별적 처우나 모욕, 폭언·폭행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부당한 상황에 개인적으로 항의한다는 강사는 12%에 그쳤으며 대개는 ‘참고 지낸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등 관련기관에 신고했다는 비율은 1% 미만이었다. 계약 해지가 두려워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 꺼리기 때문이다.
권익실현센터는 22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 교육부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토론회를 열고 강사들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김경희 대표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특기적성을 개발하고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방과후 교육은 공교육적 성격을 갖는다”면서 “이것이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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