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기로]최초 환자 병실 1곳만 주목 '오판'.. 3차 감염 이번주가 고비

최희진 기자 2015. 5. 3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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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드러낸 방역체계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던 8명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로 확인되면서 정부가 메르스 혼란과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사태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여기저기서 늘어나는 환자 숫자만 세며 허둥대다, 뒤늦게 국민 앞에 고개 숙이는 안이함과 무능한 방역체계의 민낯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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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골든타임 놓쳤다

▲ 첫 환자 ‘자신 병실에만 머물 것’ 가정부터가 실수 초반 격리 안 해 문병 방치 ‘3차 감염’ 위험 더 키워 군인아들 접촉 18일간 몰라… 최종 ‘음성’ 판정 받아

정부는 지난 20일 최초 환자가 메르스로 확진된 뒤 이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거나 이 병실을 다녀간 가족·의료진 등 60여명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해 자가격리했다. 그러나 6일 만인 26일, 같은 병동 입원환자(6번째 환자)가 메르스로 확진되면서 ‘같은 병실’만 주목했던 정부의 초기 대응은 오판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 환자가 자신의 병실에만 머물렀으리라 가정한 것부터 실수였던 셈이다.

정부는 지난 28일부터 최초 환자가 입원한 병원을 다시 조사해 메르스 감염자 6명을 더 찾아냈다. 처음에 격리하지 않았던 이 환자들이 정부 감시·관리망에서 벗어나 있던 사이 이들을 밀접 접촉한 사람들이 3차 감염(최초 감염자에게서 감염된 환자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열려 있게 된 것이다.

앞서 지난 27일엔 3번째 환자의 아들(44)이 메르스 의심증상이 있는데도 이를 당국에 알리지 않고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졌다. 초기 역학조사에서 이 남성의 존재를 놓친 정부는 그의 직장동료와 공항 직원, 비행기 동승 탑승객 등을 뒤늦게 추적·격리해야 했다.

31일엔 메르스 감염자인 간호사의 아들(군인)이 어머니와 만났던 사실을 군에 자진 신고했다. 이 군인은 어머니에게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지난달 12일에 만나 감염 가능성이 낮았고 실제 유전자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그러나 감염자와 만났던 접촉자를 방역당국이 자진신고 전까지 모르고 있던 허술함은 되풀이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초 환자의 밀접 접촉자를 분류할 때) 동일 병실에 조금 집착했던, 일선 실무자들이 기존 지침을 너무 고집했던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비격리 대상자였던 환자들의 접촉자를 추적조사해 현재 129명인 자가격리 대상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이들 중 50세 이상이면서 만성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별도 시설에 격리할 방침이다.

(2) 정부 대국민 사과

▲ 전파범위 낙관 빗나가… 뒤늦게 대책본부 설치 의료단체 “감염병은 정보 중요한데 안 알려줘”

당초 정부의 방역 목표는 바이러스 전파 범위가 최초 환자의 밀접 접촉자 60여명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인 예상이 빗나가면서 장관이 대국민사과를 하는 상황이 됐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언론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불안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태 초기 질병관리본부(복지부 소속기관)가 맡았던 메르스 방역대책은 지난 28일부터 뒤늦게 복지부 차관이 총괄하는 것으로 확대 개편하고 복지부 내에 메르스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보건의약단체들은 정부의 초기 대응이 허술했던 점을 질타하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감염병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라며 “첫 환자가 나왔을 때 이 환자가 거쳐간 병원의 소재 지역 의료인들에게 메르스 발생 사실을 알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배포한 메르스 안내 책자 내용은 내가 봐도 너무 복잡하다”며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 3차 감염 변수는

▲ 바이러스 최장 잠복기 14일… 2차 감염 꺾일 듯 3차 감염자 있다면 이번주 중반 이후에 ‘증상’

최초 환자로부터 메르스 바이러스가 옮겨진 2차 감염자의 증가세는 이번주 중반 이후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초 환자는 지난 11일부터 당국에 격리된 20일 이전까지 4개 병원을 전전하며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가 14일인 점을 고려하면 최초 환자와 접촉한 2차 감염자들은 이번주 중반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관건은 2차 감염자에게서 옮은 3차 감염자가 있을지 여부다. 2차 감염자가 중국 출장까지 나선 상황에서 3차 감염자는 한국·중국·홍콩 등지에서 이번주 중후반 이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최초 환자와 접촉 14일이 지났는데도 증상이 없는 31명은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자가격리 상태에서 해제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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