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임대 예비입주자 선정 기준 사회적 약자에 불리하게 바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임대주택 예비입주자 선정 때 저소득층이나 부양가족이 많은 가구에 부여해온 혜택을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LH는 예비입주자 선정 기준 중 청약저축 납입횟수 배점을 높였다.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국민임대주택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지난 5일부터 국민임대주택 예비입주자 선정 배점 기준을 10가지에서 4가지로 줄였다고 18일 밝혔다. 예비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보면 세대주 나이, 부양가족 수, 중소기업 제조업 근로자, 일용직 건설근로자, 국민기초생활수급자·한부모가족 등 사회취약계층에게 그간 부여한 배점 1~3점이 삭제됐다. 미성년 자녀 수 배점은 1점씩 줄었다. 또 '전용면적 50㎡ 미만 주택의 경우 가구당 월평균 소득 50% 이하 세대'와 '동일 순위 내 경쟁 시 미성년 자녀가 3명 이상인 세대'에 우선 공급한다는 기준도 사라졌다.
반면 청약저축 납입횟수에 따른 배점은 기존 1~3점에서 1~6점으로 늘었다. 사실상 청약저축 납입횟수를 다른 기준보다 우선하기로 한 것이다.
한 입주희망자는 "가처분소득이 적어 장기간 청약저축을 유지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의 입주가 어려워졌다"며 "저소득이고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안정적인 주거가 가장 필요한데, 이런 사람들을 배제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전 공지와 설명 없이 기준을 변경한 데도 불만을 나타냈다.
LH 임대공급운영처 관계자는 "부동산대책이 청약제도를 간소화하자는 취지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배점만 남겼다. 최초·신규 입주자가 아닌 예비입주자에 한해 시범 실시한 것"이라며 "그간 역차별 문제 제기가 있어 본인 노력에 따라 입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변경했다"고 했다. 예컨대 청약저축을 꾸준히 납입해도 중소기업이나 제조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입주에 불이익을 받는 '역차별'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국민임대주택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건설원가와 연동하는 임대료가 높아 실제 저소득층이 입주를 꺼린다. LH로서는 입주 대상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측면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초수급자 등 저소득층에게 안정적 주거를 제공한다는 임대주택 목적에 비춰봤을 때 이들의 입주 기회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예비입주자 선정 기준이 바뀐 부분은 다시 홍보할 것"이라며 "시범 시행을 한 뒤 사회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나타나면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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