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895일 농성' 기륭전자 노동자들, 밀린 임금 소송 이겼다

박철응 기자 2014. 11.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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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복직 뒤 회사 측 도주로 근로 제공 못해.. 임금 줘라"

법원이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에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10명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기륭전자분회는 1895일간의 긴 농성 끝에 2010년 11월 정규직 고용을 합의해 지난해 5월 복직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며 일감을 주지 않다가 급기야는 지난해 12월 말 야반도주했다. 행방을 알 수 없는 회사 측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정창근 판사)는 4일 "2010년 합의에 따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각각 1693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30일 판결했다고 밝혔다. 청구취지변경신청서가 제출된 지난 6월13일부터 판결일까지는 민법에 따라 연 5%, 판결 다음날부터 체불 임금을 모두 갚을 때까지는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하며 가집행도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회사 측은 합의서 당사자가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아닌 금속노조이며, 고용 의무가 발생했지만 실제로는 별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근로를 제공하지도 않았다며 임금 지급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합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이고 기명·날인이 돼 있다"면서 "근로제공 의무는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가능 상태에 두는 것으로 충분하고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에게 아무런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다가 2013년 12월 말 아무런 고지 없이 사무실을 이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륭전자분회는 회사 측 재산과 채권 등을 파악해 체불된 임금을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유흥희 분회장은 "사회적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회사를 망가뜨린 최동열 회장에 대해서는 임금 소송과 별개로 사기죄로 고소·고발을 했다"며 "앞으로 검찰의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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