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부대사업에 수영장·호텔·여행사까지 허용.. 의료 영리화 후속조치 밀어붙이는 정부

곽희양 기자 2014. 6. 1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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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 병원업계 요구 대거 수용시민단체 "의료비 상승에 공공의료체계 붕괴" 반발

의료법인이 운동시설·목욕장·숙박업 등 다양한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자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방안에서 예고한 대로 병원업계의 요구를 대거 수용한 의료영리화 후속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보건의료시민단체는 "병원을 환자 치료가 아닌, 상품을 팔아 이윤을 챙기게 되는 구조로 전락시켰다"며 "국민들의 의료비가 상승하고, 공공의료체계의 붕괴를 낳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늘린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설립·운용되는 자회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부대사업 확대안은 오는 8월에 시행되고,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은 연내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은 앞으로 수영장 등 종합체육시설업과 목욕장업, 여행업, 국제회의업, 외국인환자 유치, 장애인 보장구 등 맞춤 제조·수리업까지 대폭 허용된다. 당초 강매 논란이 제기된 건강기능식품 판매업과 의료기기 구매지원 사업은 부대사업 범위에서 제외됐지만, 환자 의료비 부담을 늘릴 것으로 지적된 체육시설업(운동처방)·목욕장업(수치료 처방)과 국내외 환자·보호자가 숙박하는 메디텔은 포함됐다.

복지부는 의료법인이 병원 건물을 제3자에게 빌려주고, 이 임차인은 사업성 사업과 술집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 건물에 쇼핑몰이 들어설 수 있고, 메디텔에는 성형 등 의원급 의료기관이 세들어 영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료법인은 순자산의 30% 이내에서 자회사에 출자해 '최대주주'가 되도록 했고, 영리자회사는 소득의 80% 이상을 공익사업에 사용하고, 특수관계인인 이사진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성실공익법인'만 세울 수 있도록 제한했다.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의료영리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수익을 챙기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의료의 비영리 원칙이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의사가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에게 '부대시설인 체육시설에서 운동치료를 하라'고 하거나 '기능성 의류를 사라'고 권하면, 의료지식이 없는 환자는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의사의 진료행위가 부대사업의 수익에 종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병원들이 부대사업을 통해 적자를 메우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고, 수익이 나는 자회사들만 점점 커질 수 있게 된다"며 "국민의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영리 의료법인에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는 것을 국회 입법 논의 없이 가이드라인이나 행정조치로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보건의료단체들은 "행정 독재"라고 반발하고 있다.

<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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