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지 마세요, 혼자 두지 마세요

2014. 5. 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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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문가들 "주변 사람 구실 중요"

가족들 희망·분노 시기 지나면

자책·화병·우울·절망 빠져

"자조모임 만들어 이겨내도록

지역사회와 정부가 도와야"

세월호가 바닷속에 가라앉은 지 한달이 다 돼 간다. 304명의 사망·실종자 가운데 실종자 수가 주는 만큼 사망자가 는다. 살아서 구조된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희생자의 가족은 이제 '희망'(살아돌아올 것이다)과 '분노'(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의 시기를 지나 '우울과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전문가들은 희생자 가족의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이 극에 달한 만큼 주변 가족과 친지가 이들의 고통을 들어주며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혹시라도 식사를 거르고 죄책감에 빠져 혼자만 있으려 한다면 심리센터를 함께 찾으라고 조언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의 말을 종합하면, 세월호 희생자의 시신이 속속 수습돼 장례가 잇따르자 희생자의 가족이 절망과 우울감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죄없는 아이들이 희생됐다는 생각에 부모들이 자책하거나 홧병을 앓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신상담치료를 받는 것 자체를 사치로 여겨 이를 피해, 극단적인 상태에 이르러도 전문가의 도움마저 받지 못할 수 있다. 안산 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장을 맡고 있는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은 12일 이렇게 짚었다. "세월호 침몰 초기엔 자녀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면 이제는 왜 이런 일이 우리 가족한테 벌어졌는지 분노를 느끼게 되고, 점차 극심한 우울감이나 절망감에 빠져들게 된다. 이후 두 달가량이 지나면 상당수는 사건을 수용해 상처가 나아가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일부는 우울이나 죄책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자녀의 죽음에 상실감이 큰 부모들 가운데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안용민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의 당부는 이렇다.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혼자만 있으려 하거나 식사를 거르는 희생자 가족을 발견하면 주변에서 곧바로 심리치료를 받도록 연결해 줄 필요가 있다. 주변에 '그동안 고마웠다'거나 '아이를 따라가고 싶다'와 같은 메시지를 남는 이가 있으면 응급 상황으로 여겨 즉각 심리센터 등에 연락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전문 의료진의 심리 지원과 더불어 희생자 가족 주변 사람들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희생자 가족이 스스로 심리지원센터 등을 찾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희생자 가족이 혼자 있지 않도록 옆을 지키며 슬픔을 나누고 공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규섭 센터장은 "아무 말 없이 옆에서 고통과 슬픔을 들어주기만 해도 상처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 잠을 못 자거나 식사도 못 하는 이들은 심리적 고통의 증거일 수 있으므로 혼자 둬서는 안 되고 심리지원센터를 함께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뒤 4차례 진도체육관 등을 찾아 의료지원 활동을 벌인 홍승권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이 자조 모임을 만들어 역할극, 미술·음악 치료 등으로 스스로 아픔을 이겨내도록 지역사회와 정부가 도와야 한다. 아울러 안산 지역의 의료진과 1대1 주치의 맺기 등을 통해 초기에 이상 징후를 발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심리적 고통이 불면증, 가슴 통증, 소화장애 등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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