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

2014. 1. 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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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휠체어 탄 40여명 터미널서 시위

"저상버스 1대도 도입 안돼" 비판

설을 나흘 앞둔 27일 낮 12시30분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제2매표소 앞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 40여명과 시민단체 회원 등 7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고속버스에도 장애인이 쉽게 탈 수 있는 저상버스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는 장애인도 모든 교통수단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까지 시내버스 10대 중 4대를 저상버스로 바꾸기로 했지만, 지난해 말 현재 전국 시내버스 가운데 저상버스는 14.5%에 불과하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등에 관한 규정은 아예 없다. 장애인은 명절을 맞아 지방에 가려 해도 이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현실에 항의하기 위해 이들이 버스터미널에 모인 것이다.

오후 1시40분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10명이 세종시행 고속버스를 타는 32번 플랫폼에 모였다. 누구는 전동휠체어를 조종하고 누구는 수동휠체어의 바퀴를 손으로 밀며 고속버스 앞문의 턱 높은 계단 두 개에 도전했다. 먼저 수동휠체어를 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를 버스기사와 활동보조인이 들어올려 태웠다. 하지만 일반 버스에는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박 대표는 움직이는 과정에서 하마터면 계단 밑으로 떨어질 뻔했다.

한때 지하철에서의 장애인 이동권 확보 투쟁을 하면서 지하철 선로에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은 적이 있는 박 대표는 이번엔 자신의 몸과 휠체어를 버스 안 기둥에 쇠사슬로 묶었다. 수동휠체어는 가까스로 탈 수 있었지만 더 무겁고 복잡한 전동휠체어는 아예 탈 수조차 없었다. 장애인들의 아우성이 쏟아지자 경찰 300여명이 이들을 둘러쌌다.

오후 2시 세종시행 버스는 36번 플랫폼으로 옮겨 비장애인 승객만 태우고 세종시로 떠났다. 장애인들은 32번 플랫폼 앞에서 오도 가도 못했다. 오후 2시50분 박 대표는 버스회사, 터미널 운영 관계자들과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대화에 들어갔다. 하지만 미리 면담을 요청한 정부 쪽 관계자는 전화를 받지도, 현장에 오지도 않았다.

남병준 전장연 정책실장은 "저상버스 도입 의무가 중앙정부가 아닌 각 지자체에 있다 보니, 서울시는 확보율 24%로 4대에 1대꼴로 저상버스를 도입했지만 기초단체 154곳 중 100곳 이상은 1대도 도입하지 않았다. 특히 시외·고속·광역·마을·농어촌버스는 도입률이 0%"라고 말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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