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는 아이 '척추'.. 담배공장서 일하던 100년前 아동과 비슷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13. 8. 14. 03:45 수정 2013. 8. 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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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본격 보급된 최근 3년간 한국, 청소년 목 디스크 환자 급증

네덜란드의 정형외과 의사인 피에트 반 룬 박사 연구팀은 최근 디스크와 척추측만증 등 척추 질환을 앓는 8~18세 연령층을 조사한 결과 발병 원인이 장시간의 컴퓨터 게임과 관련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는 의학 전문지 '메디시 콘탁트'에 발표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2일 보도했다.

반 룬 박사는 "어린이 척추 환자 수가 아동 노동이 일반적이던 100여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은 담배 공장에서 웅크리고 앉아 장시간 노동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이런 질환은 주로 육체노동을 하는 50대 이상에게서 나타났는데, 현재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10대 연령층에게서도 흔하게 관찰된다"며 이를 '게임보이 척추 질환'이라고 명명했다. 게임보이는 일본 닌텐도가 출시한 휴대용 게임기다.

컴퓨터 게임을 할 때는 누워서 하거나 C자 형태로 등을 웅크리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에 몰입하다 보니 척추에 통증이 발생하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잘못된 자세를 계속 유지한다. 아이가 '게임보이 척추'를 가졌는지는 허리를 굽혀 손으로 발가락을 건드릴 수 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척추가 휜 경우 이 동작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에서도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청소년 목 디스크 환자도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세 미만의 어린이·청소년 목 디스크 환자 수가 2008년 4545명에서 2011년에는 5587명으로 4년 사이 20% 이상 증가했다. 2009~2010년 사이 스마트폰이 청소년에게까지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이런 현상의 주범으로 척추 전문의들은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하거나 비디오 영상물을 들여다보는 자세를 꼽는다. 이는 목뼈의 자연스러운 C커브를 막대기 같은 '1'자 형태로 바꾸어 디스크에 상당한 압력을 가한다. 나중에는 디스크가 밖으로 밀려나와 주변 신경을 눌러 어깨와 손에 통증을 일으킨다. 목 뒤와 어깻죽지 근육의 경직을 일으켜 만성 어깨 통증도 유발한다.

어린이·청소년 척추 질환을 예방하려면 장시간 게임을 피하고, 게임을 할 때도 딱딱한 의자나 마룻바닥에 앉아 등을 기댄 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척추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고려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상헌 교수는 "목을 자연스럽게 세운 상태에서 턱을 살짝 당겨 시선을 아래로 15도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며 "귀가 양쪽 어깨선 앞으로 나갈 정도로 목을 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은 아이들에게 눈이 빡빡하고 따가워지는 건성안(眼)도 초래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팀이 지난해 초등학교 5~6학년 288명을 조사한 결과 10%가 건성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수록 건성안 발생이 많아져 스마트폰을 하루 3시간 사용하는 학생의 30%에게서 건성안이 나타났다. 문 교수는 "작은 모니터를 오랫동안 집중해서 보면 눈 깜박임이 적어져 안구 표면이 마른다"며 "건성안이 지속되면 각막 손상이 올 수 있고 시력 발달에도 영향을 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자주 먼 곳을 보고, 눈꺼풀도 깜빡거려 눈의 피로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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