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나우루의 호주 난민수용소, 폭동에 초토화
망명절차 지연 불만 폭발…사망자 없으나 재산피해 600억원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호주 북동쪽에 있는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의 호주 난민 수용센터에서 난민 폭동이 발생해 시설 대부분이 불에 타거나 파괴됐다.
숨진 사람은 없었으나 난민 8명이 다쳤고 재산 피해액만 6천만 호주달러(약 61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AP통신과 호주 뉴스코프 등은 540여명의 난민을 수용한 나우루 난민 수용센터에서 19일 '사상 최악'의 폭동이 일어나 거주시설과 진료소 등 건물 대부분이 부서지고 불에 탔다고 21일 보도했다.
호주 시드니 모닝 해럴드지는 현장을 찾은 프리랜서 기자의 말을 인용해 "건물 중 95%가 타서 없어져 전쟁터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폭동은 망명신청 절차 지연에 불만을 품은 이란인들이 주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우루 경찰은 19일 밤 10시께 폭동 진압을 끝내고 가담자 120여명을 체포, 이중 50여 명을 기소했다.
나우루 수용센터는 중동과 남아시아 등지에서 배를 타고 와 호주 망명을 요청하는 난민이 급증하자 2000년대 초반 세워졌다. 호주는 나우루 정부에 보조금을 주며 시설을 운영한다.
어선 등을 타고 와 망명을 요청하는 '보트 피플'은 호주 정부의 골칫거리다. 작년 배편으로 온 망명 신청자는 17만여명으로 호주 당국이 정한 망명 허용 정원 2만명을 크게 웃돈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19일을 기점으로 배로 온 난민의 호주 정착을 전면 금지하고 이들 모두를 태평양 빈국인 파푸아뉴기니에 수용한다고 선언했다.
호주 일각에서는 이런 강경 방침이 난민 폭동을 촉발했다는 추측도 나오나 호주 정부는 두 사안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주 당국은 이들을 임시 천막에 머무르게 하다 나우루에 짓는 또 다른 수용센터로 보낼 예정이다.
나우루는 면적이 서울 종로구 남짓한 21㎢에다 인구 8천여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으로 꼽힌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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