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불에 타 죽고, 얼어 죽고, 숨막혀 죽고.."

지희원 입력 2012. 10. 30. 10:09 수정 2012. 10. 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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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 김현정의 뉴스쇼 > ]

- 방치된 중증장애인들 참변 잇달아- 35만명 원하지만 3만6천명 혜택 그쳐-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 확대 시급- 예산 부족? 새는 세금만 막아도

■ 방송 : FM 98.1 (07:00~09:00)■ 진행 : 김현정 앵커■ 대담 : 故김주영씨 활동보조인 신미미 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

지난 26일 새벽 2시 서울 성동구 한 원룸형 연립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요. 1층에 혼자 살던 1급 중증장애인 김주영 씨가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가 119에 신고하고 5분 만에 소방관이 달려왔습니다만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결국 참변으로 이어지고 만 겁니다. 이분이 장애인 권익운동가로도 유명한 분이어서 지금 대선후보들도 연이어서 조문을 하고 있고, 사회적인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죠.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유사한 일이 자주 발생 해 왔습니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서비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이 현실. 오늘 좀 자세히 짚어보죠. 故 김주영 씨의 활동보조인이셨던 신미미 씨를 먼저 연결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 故 김주영 씨하고는 알게 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 신미미 > 올 1월부터 알게는 됐는데요. 정상적으로 일하게 된 건 3월부터 일하게 됐어요.

◇ 김현정 > 중장장애인 중에서도 김주영 씨는 장애 정도가 어느 정도나 됐던 분입니까?

◆ 신미미 > 최중증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혼자서 걸음을 걸으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휠체어가 없으면 아예 혼자서 움직이시질 못 하니까요.

◇ 김현정 > 휠체어 없이는 사지가 다 사용이 안 되는 상황?

◆ 신미미 > 뻗친다고 해야 되나? 사람이 깜짝깜짝 놀라게 되면 화들짝 놀라는 것처럼 언니가 시도 때도 없이 팔이나 다리가 뻗치셨어요.

◇ 김현정 > 그래서 신미미 씨가 활동 보조 서비스의 일환으로 가서 도와주신 거예요? 그러면 사고가 있던 그날은 몇 시까지 계셨어요?

◆ 신미미 > 밤 11시까지요.

◇ 김현정 > 밤 11시에 여느 때처럼 인사를 하고 갔는데, 새벽에 사고가 나서 이런 일이 터졌다는 비보를 들으신 거예요. 듣고선 심경이 어떠셨어요?

◆ 신미미 > 처음에는 그냥 장난전화 하지 말라고 이런 식으로 말을 했는데 부모님께 확인을 해 보니까 사실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악몽이었으면 얼른 깼으면 좋겠다 싶었죠.

◇ 김현정 > 보니까 김주영 씨 집이 상당히 작았어요. 23제곱미터. 평수로 따지면 한 7평 정도?

◆ 신미미 > 네.

◇ 김현정 > 그런데 아무리 중증이어도 어떻게 거기를 빠져나올 수가 없었을까? 이렇게들 흔히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 신미미 > 혼자서 휠체어 올라타실 수도 없고요. 휠체어에 타신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가 되죠.

◇ 김현정 > 그러니까 혼자서 휠체어를 그냥 걸어선 탈 수 없고, 억지로 억지로 휠체어까지 기어오르는 것이 5분이 넘는다는 얘기군요?

◆ 신미미 > 5분이 훨씬 넘는 거죠.

◇ 김현정 > 김주영씨가 119에 신고전화는 하셨다면서요?

◆ 신미미 > 네, 본인이 전화를 하셨다고.

◇ 김현정 > 전화를 어떻게 하신 거예요?

◆ 신미미 > 불이 난 거를 확인하고 전화를 하셨나 봐요. 터치펜을 입에 무시고.

◇ 김현정 > 입으로?

◆ 신미미 > 네. 전화를 하실 때 유독가스를 너무 많이 마셔서 목소리에 힘도 없으시고 하셨다고 들었어요.

◇ 김현정 > 7평 크기면 전화했던 그 장소부터 현관까지 걸음으로 따지자면 몇 걸음만 걸었으면 되는 거예요?

◆ 신미미 > 비장애인 걸음으로는 세 걸음이면 되죠.

◇ 김현정 > 그 세 걸음을 못 걸어서 결국은 돌아가신 거네요.

◆ 신미미 > 네. 그렇죠.

◇ 김현정 > 김주영 씨는 그럼 혼자서 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게 어떤 걸까요?

◆ 신미미 > 혼자서 특수마우스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거나 펜을 입에 무시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정도.

◇ 김현정 > 그 목 윗부분을 쓸 수 있는 것을 가지고도 그렇게 장애인 권익운동을 열심히 하신 거예요?

◆ 신미미 > 언니가 < 외출 혹은 탈출 >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상도 받으셨고요.

◇ 김현정 > < 외출 혹은 탈출 > 은 장애인들에 대한 이야기죠.

◆ 신미미 > 네. 활동보조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서 힘도 많이 쓰셨고요. 되게 밝고 항상 웃으시려고 그러시고 자기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다고 장애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는 다른 분들을 위해서 야학에서 수학이나 한글도 가르치시고 그랬어요.

◇ 김현정 > 가족들이 없었던 건가요, 혼자 사셨어요?

◆ 신미미 > 네, 혼자 사세요.

◇ 김현정 > 이제 이런 얘기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가족이 있는데 돌봐줬으면 되는 거 아니냐. 왜 이렇게 최중증의 장애인을 혼자 살게 뒀느냐.'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미미 > 그런 말씀들 많이 하시는데, 가족들하고 같이 살면 활동보조시간이 줄어들어요.

◇ 김현정 > 보조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 신미미 > 네. 언니가 최중증이라 최고로 많이 받아도 363시간이거든요, 한 달에. 그런데 가족들 하고 같이 살면 그거의 반 이상이 깎여 나가요.

◇ 김현정 > 그러면 가족들도 뭔가 생계를 꾸려야 되고 자기 활동을 해야 되는데 같이 산다는 이유로 보조 서비스를 못 받으니까 가족들이 다른 일을 할 수 없으니까, 결국은 따로 나와서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거군요.

◆ 신미미 > 네. 그렇죠.

◇ 김현정 > 원래 김주영 씨하고 지금 함께 있어야 될 시간인데 먹먹하시겠어요?

◆ 신미미 > 조금 뭐라 그래야 되지, 처음 3일은 되게 울었어요. 그런데 4일, 5일째 되니까 되게 덤덤해지네요.

◇ 김현정 > 주영이 언니라고 불렀습니까?

◆ 신미미 > 네, 언니라고 불렀죠, 항상.

◇ 김현정 > 언니한테 못 다한 말이 있다면, 너무 갑자기 떠나서 참 많이 속에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을 것 같은데.

◆ 신미미 > 언니가 급하게 제가 필요하면 전화해서 와달라고 하셨거든요. 그때 오면 항상 사랑한다 그러셨어요. 그때마다 제가 우리 사이에 닭살 돋게 그게 뭐냐고 사랑하지 말고 애정하는 사이로 하자고 이랬었는데 저도 언니 사랑한다고 그 말 전하고 싶어요. 하늘나라 가서는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도 많이 타시고, 보고 싶다던 바다나 산 많이 가셔서 즐겁게 노시라고 그러고 싶네요.

◇ 김현정 > 그래요. 주영이 언니가 지금 아마 하늘나라에 가서 이제는 놀이기구도 실컷 타고 바다, 산으로 여행하고 있을 거다, 우리 이렇게 생각해야겠어요.

◆ 신미미 > 네.

◇ 김현정 > 마지막까지 어떻게 보면 장애인들의 현실을 몸으로 보여주고 떠났습니다. 장애인권익운동가 고 김주영 씨. 그분과 함께 생활하셨던 분, 신미미 씨 먼저 연결해 봤습니다.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고맙습니다.

◆ 신미미 >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 장애인 중에서도 중증 장애인들의 삶, 오늘 집중 조명해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도상의 문제를 들여다볼까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박경석 대표,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오늘 오전에 발인식이 있다고요?

◆ 박경석 > 네, 8시 반에 병원에서 발인하고요. 11시에 광화문 광장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입니다.

◇ 김현정 > 광장에서 노제를 치르시는군요?

◆ 박경석 >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는 '故 김주영 씨의 죽음이 활동서비스지원 부족 때문이다.' 이렇게 원인파악을 하고 계세요. 그 이유는 뭡니까?

◆ 박경석 > 불이 났을 때 그때 만약에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이렇게 피해 보지도 못하고 혼자서 불길에서, 그 뜨거운 불길에서 그렇게 죽지 않았을 겁니다.

◇ 김현정 > 활동보조지원서비스를 좀 더 확대해야 한다. 이런 말씀.

◆ 박경석 > 그렇습니다.

◇ 김현정 > 그러면 일단 현재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활동보조서비스는 실태가 어떤가, 우리가 이거부터 들여다봐야 될 것 같은데요. 서비스가 제공이 되고 있긴 있죠?

◆ 박경석 > 네, 서비스가 2007년도부터 제도화돼서 지금까지 제공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원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닐 테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기준은 어떻습니까?

◆ 박경석 > 일단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제를 통해서 1급 장애인에게만 활동보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급 장애인 중에서도 활동보조인증점수조사표라고 해서 그 조사표에 일정 정도의 점수를 통과해야지만이 활동보조시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사람은 35만명 정도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의 5만명밖에 제공하지 못하는데. 그 중에 3만 6,639명이 이제 실제로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용률은 74%에 불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복지부가 말하는 그 기준을 통과한 사람은 5만 명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실제로 받는 분은 한 3만 몇 명밖에 없고.

◆ 박경석 > 네, 3만 6000명 정도입니다.

◇ 김현정 > 그러면 자격이 되는데도 안 받는 1만여 명은 왜 그런가요?.

◆ 박경석 > 본인 자부담 때문입니다.

◇ 김현정 > 본인이 비용부담을 어느 정도 해야 되는 군요? 몇 퍼센트나 해야 됩니까?

◆ 박경석 > 이 제도가 시작됐을 때는 아무리 많이 받아도 4만원 이상을 초과하지 못하게 상한제한선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 한 달에 4만원?

◆ 박경석 >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2010년도에 자부담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그래서 최고상한을 8만원으로 늘려주니 2011년도에 법제정하면서 거기에다가 최고 15%까지 받게 됐습니다.

◇ 김현정 > 그러면 한 10만원까지 받는 경우도 있군요?

◆ 박경석 > 그렇죠, 추가금액에 자부담까지 생각하면 한 14만 1000원 정도가 자부담을 해야지만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끔 돼 버렸습니다.

◇ 김현정 > 중증장애인이면 목 위로 쓸 수 있는 분들, 거의 활동이 불가능한 분들인데 이 분들한테 10만원이 넘는 돈이라는 건 어마어마한 돈이겠네요?

◆ 박경석 > 그렇습니다. 이 분들이 거의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혼자서 자립생활하기 위해서 이렇게 나와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에게 14만원이라는 돈은 어마어마한 돈이죠.

◇ 김현정 > 그러다 보니까 그나마 3만명밖에 못 쓰고 있는 현실.

◆ 박경석 > 그렇습니다.

◇ 김현정 > 몇 시간이나 받을 수 있습니까?

◆ 박경석 > 주영씨 같은 경우는 최중증 장애인이기 때문에 많이 받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인데요. 363시간 정도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이것도 지역마다 다 차이가 있습니다.

◇ 김현정 > 하루로 따지면 김주영 씨는 몇 시간이나 받을 수 있었던 거예요?

◆ 박경석 > 한 10시간, 12시간 정도 받을 수가 있죠.

◇ 김현정 > 그런데 그 나머지 시간은 방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씀, 최고로 많이 받는 분의 케이스가.

◆ 박경석 >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지금 김주영 씨 같이 화재가 났는데 몇 발자국을 못가서 숨지는 경우도 있고, 이런 유사한 일이 종종 있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또 어떤 경우가 있었죠?

◆ 박경석 > 2005년도 겨울에 보면 경남 함안에서 중증장애인이 수도관이 터져서 집에서 혼자서 자다가 얼어 죽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 김현정 > 수도관이 터져서 물이 목 위로 올라오는데도 이분은 피하지를 못해서?

◆ 박경석 > 그렇죠. 이제 도와줄 수 있는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죽지 않았을 건데. 바로 얼마 전에도 근육장애인인데요. 호흡기를 하고 잘 수 잘 수밖에 없는 중증장애인인데. 밤에 혼자 자다가 호흡기가 빠져서 제대로 줍지 못해서 돌아가신 케이스도 있습니다.

◇ 김현정 > 그래서 지금 요구하는 것이 '적어도 중증장애인에게는 24시간 활동보조인 제도를 시행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주장을 하고 계시는건데, 문제는 복지 얘기 나올 때 마다 항상 따라다니는 걱정이 예산문제입니다. 돈 문제.

◆ 박경석 > 그렇죠.

◇ 김현정 > 보건복지부에서는 '내년부터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자격을 2급 장애인으로 확대하려고 하고는 있다, 그리고 예산도 올해보다 100억 원 늘려서 3,200억 원으로 책정을 하고는 있다. 하지만 24시간 서비스를 시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예산을 더 이상 확보하기 어렵다.' 이렇게 얘기하는데요.

◆ 박경석 > 참 어처구니없는 답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정부가 4대 강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중증장애인들 아주 기본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에서 기본적 권리를 이야기하면서 돈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나 반인권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 지금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만큼의 복지서비스를 하게 되면 어느 정도 예산을 더 확보하면 됩니까?

◆ 박경석 > 저희는 1조 정도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 1조면 지금보다 3배가 더 늘어나는 거네요?

◆ 박경석 >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면 이 장애인들을 24시간 보호하겠다고 해서 시설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시설에 집어넣어서 중증장애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렇게 예산을 쓰고 있는데요. 한 방에 예를 들어서 5, 6명 많게는 20명을 모아놓고 평생을 살라고 한다면 아무리 중증장애인이라도 그 시설 자체가 어떻게 인권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최소한의 양심이고 기준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박경석 대표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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